[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한 억지 테마주들이 난립하고 있다.
연초부터 기승을 부렸던 테마주들이 특정 정치인과의 인맥에 국한됐다면 최근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들의 발언을 토대로 신종 테마주들이 탄생하는 모습이다.
17일엔
삼익악기(002450)와
모나미(005360)가 주인공이 됐다. 이날 보합으로 출발한 삼익악기는 장중 소폭 하락하면서 연사흘 약세를 이어갔지만 오후 2시께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모나미도 돌연 급등, 8%가 넘는 강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책이 재료가 됐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을 확대하겠다며 더불어 예체능교육 강화를 언급했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삼익악기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증권가 사설메신저로 정부가 예체능교육을 강화하면 학교를 상대로 한 삼익악기의 교재 악기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논리가 삽시간에 퍼졌다. 모나미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날 밝힌 무상교육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삼익악기와 모나미의 주가가 이처럼 폭등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교재 악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삼익악기만 있는 것도 아닌데다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모나미가 생산하는 볼펜의 판매가 증가하리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봐도 '억지 테마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식의 테마주가 연일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며칠 전에도 박 전 위원장이 내뱉은 '정부 3.0', '경제 민주화' 등의 발언은 컴퓨터 클라우딩 종목과 중소 SI업체들의 주가를 큰 폭 끌어올린 바 있다.
이 탓에 일각에선 정치인의 정책발표 일정에 따라 관련종목을 미리 매수해두고, 발언의 문장을 발췌해 끼워맞추기식 호재를 생산해내는 세력이 존재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테마주가 탄생하는 지금, "가치 평가는 투자의 근본"이라고 했던 워렌 버핏의 발언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17대 대선 당시 4대강 테마주였던
이화공영(001840)은 2007년 12월 3만1922원까지 올랐지만 이날 26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