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재단은 17일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교수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을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발언의 취지와 맥락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며, 노 대통령 전체 발언의 진의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김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그러면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민은 뭐라고 생각하겠느냐. 국민이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라고 많은 지지를 보내서 대통령으로 보냈는데, 이것을 나는 굉장히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단은 "김 교수의 이 말은 노 대통령이 마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으니 대통령과 정부가 더는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시장에 책임을 떠넘긴 무책임한 대통령과 정부'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과거 한나라당과 조중동 수구언론이 노 대통령 발언의 앞뒤를 잘라 맥락은 무시한채 왜곡보도를 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했던 한심한 정치적 공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노 대통령 재임중이던 지난 2005년 7월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에서의 해당 발언을 소개했다.
재단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골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협력해 상생의 길을 가야 우리 경제가 더 튼튼해진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대·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쟁과 협상을 통해 이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장을 공정하게 관리하면서 최대한 지원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마디로 '대·중소기업의 자율적 상생협력을 추진하되, 정부가 법·제도적 범위 안에서 이를 최대한 지원해 공정한 시장에서 이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한국 경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등 민주정부 시대를 거치면서, 과거 폭압적인 유신·5공의 군사독재·권위주의 정부 때처럼 정부의 강압이나 과도한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시장경제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당시 우리 경제가 '관치경제'가 아닌 '공정한 시장경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책을 하면서 정부 정책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는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이와 같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이끄는 기본전제라고 보고,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우리 경제를 왜곡시킨 '관치경제'의 시대가 가고 기업과 정부, 개인이 자율적이고 투명한 시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건전한 시장경제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으니 정부가 할 일은 없다. 권력은 이제 시장에 넘겨버리겠다'는 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또한 "노 대통령 발언 전체의 진의도 '시장에서 대·중소기업이 스스로 협력해 상생을 이뤄나가면 정부도 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취지와 진의를 무시한 김 교수의 발언이야말로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선대위원장으로서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근거가 없는 공격과 사실 왜곡은 더 이상 그만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단은 이날 김 교수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과 영상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2005년 7월5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에서의 노 전 대통령 발언이다.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가지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또 시장에서의 여러 가지 경쟁과 협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어떻게 공정하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을 많이 해서 나름대로 기여를 하긴 했겠지만 지금 정책을 하면서 정부 정책만으로는 결국 이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기업 간에 여러 가지 협력들이 잘 이뤄져야 비로소 상생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나가보니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미 세계 수준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참 자랑스럽고 참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 대기업이 있어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대통령은 나가서 큰소리도 하고 돌아오면 생색도 나고 참 좋습니다.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편, 욕심에는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만 세계 일류가 아니라 중소기업도 그렇게 세계적인 경쟁의 마당에서 좀 당당하게 앞서가고 또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야 우리 경제가 좀더 튼튼해지지 않을까, 우리 대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도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대책이 꼭 있어야겠는데, 말씀드렸듯이 역시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이뤄져야지 정부가 정책적 간섭을 통해서만 잘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오늘 이 회의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부로서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또 뭔가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을 때 정부로서는 최대한 협력하고 뒤에서 지원하고 해서 우리 경제가 그야말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으면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좋은 토론이 이뤄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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