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조작 의혹' 은행권 확대..금융권 전체 뒤흔든다(종합)

은행 "담합할 이유 없다. 증권사가 중간에서 금리 결정"

입력 : 2012-07-18 오후 2:01:27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조작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전 금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조작 의혹과 관련해 CD금리 고시 주체인 국내 10개 증권사에 이어 CD발행 주체인 시중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오전중 시중銀에 조사관 파견
 
18일 공정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오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각각 2~3명의 조사관을 파견해 CD발행 금리 및 CD거래 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조사에 돌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직원 3명이 오전 11시께 은행에 온 것으로 안다"며 "현재 자금부에서 실무자와 이야기하고 있으며, 압수수색처럼 살벌한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대신증권, 리딩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K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올해 상반기 CD금리를 고시했던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이어 이날 시중은행에 조사관을 급파한 것은 CD금리 담합 의혹 조사를 금융권 전방위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91일물 CD금리는 시중 7개 은행이 발행하고, 10개 증권사가 평가해 금융투자협회가 평균을 내 고시한다.
 
문제는 현재 기업대출의 56.1%, 가계대출의 23.6%가 CD금리에 연동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만큼 은행들이 답함을 했을 경우엔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CD금리가 내려가지 않아 대출자가 부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CD금리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은행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銀 "담합 말도 안돼..최근 1년간 CD 발행 전무"
 
공정위의 기습적인 현장 조사에도 은행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단기자금 조달 차원에서 CD를 발행해 판매하는 매도자일뿐 CD의 호가나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는 증권사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자금 조달 차원에서 은행이 CD를 발행해 매도하고, 증권사가 매수자들, 특히 기관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증권사들이 중간에서 호가나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은행이 CD금리를 담합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CD는 은행이 발행해서 판매하고, CD금리 고시는 CD를 시장에 유통하는 증권사가 담당한다"며 "은행이 CD금리를 담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D 시장에서 증권사는 참여만할 뿐 실제 CD 금리로 이익을 얻는 곳은 대출이자 수익을 챙기는 은행이라고 주장하는 증권업계의 의견과 상반된다.
 
또 은행들은 최근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은행은 CD 발행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CD 외에 다른 채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며 "최근 4년동안 CD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1월부터 CD 자체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발행 자체가 없었는데 금리를 짜고 했다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공정위, 사전협의 없는 현장조사 유감"
 
저축은행 영업정지, 우리금융 매각 등 좀처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이번 공정위의 현장조사로 또 한번 추락했다.
 
이미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CD금리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금융검찰'인 금감원과 사전 협의없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년 말부터 TF팀을 꾸려 대표금리로서의 CD금리의 기능과 문제점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특히, 리보 조작사태가 불거진 이후 CD금리의 적절성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사전협의 없는 은행 CD금리 담합 조사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주 부원장은 "금융당국은 CD금리의 결정구조와 대표금리로써 역할 등 제도적인 부분을 주로 살펴보고 있다"며 "코픽스나 코리보, 통안채 등 대체금리를 찾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가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만큼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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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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