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한국판 프로퍼블리카로 도약”

해직언론인이 만든 팟캐스트..열악한 취재·제작 환경 딛고 536만 건 조회

입력 : 2012-07-29 오후 5:31:56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노종면, 이근행 등 해직언론인이 모여 만든 팟캐스트 ‘뉴스타파’가 지난 6개월의 기록을 뒤로 하고 다음달 17일부터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시즌1’이 4대강 누수현장,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삼성반도체 직업병 의혹 등 정치·경제 권력층을 정조준한 보도로 이목을 끌었다면 ‘시즌2’는 한국판 ‘프로퍼블리카’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이다.
 
제작진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공익언론 프로퍼블리카를 롤모델 삼아 연말까지 1만 명의 정기회원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무엇을 타파했나
 
하루 평균 약 3만 명의 시청자가 찾는다는 뉴스타파의 성공은 이례적이다.
 
노종면 YTN 기자(뉴스타파 앵커)는 “초라함이 외려 빛났다”고, 소설가 공지영씨는 “MB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이 만든 것이라 뉴스에 더 믿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까지 모두 21회에 걸쳐 누적 조회수 536만3704건을 기록한 뉴스타파는, 지난 4월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이 달의 PD상(시사교양부문)’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취재·제작환경을 딛고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뉴스타파의 ‘인기’와 ‘수상’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뉴스타파 스튜디오와 녹음실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회의실의 비좁은 창틀과 창고를 개조한 공간을 활용해 쓰고 있고, 방송장비 역시 시민들이 기부한 카메라나 언론노조에서 대여 받은 캠코더로 10여 명 안쪽의 제작진이 만드는 형편이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B급’ 아닌 굵직한 시사문제를 다뤘고 이는 진실에 목마른 시청자와 교감을 이뤄냈다.
 
“뉴스타파는 정통시사프로그램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나꼼수’ 등 다른 팟캐스트와 차별화된다. 포맷도 그렇고 내용도 공공적 영역을 다루고, 사회적 소수를 따듯하게 보려는 시선과 박동을 가져가려고 한다. ‘돌발영상’의 기민한 풍자, ‘미디어몽구’의 다큐적 시선, 변상욱 대기자의 코멘트까지, 워낙 순치된 시사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차갑고 명징한 샘물처럼 다가왔다. 비록 이 정부 아래서 해직됐지만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거대언론사에서 면피성 보도를 만들고 있는 내부 사람들은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다. 뉴스타파는 굉장히 주목을 받았고 나름의 명암도 있지만 언론학자로서 연구해볼 만한 대상이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신문방송학)의 평가다.
 
◇붕괴된 저널리즘 복원할 수 있을까
 
특히 종합편성채널(종편)과의 대비되는 성적은 상징적이라 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해직된 언론인이 만들어낸 뉴스타파가 인기를 누리는 동안, 정작 이 정부가 각종 무리수를 동원해 출범시킨 종편은 변변찮은 시청률로 지금까지 고전 중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 방송학)는 “저널리즘이 중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뉴스타파 현상 같은 예외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종편과 뉴스타파의 교차점은 이 정부 언론정책의 실패를 웅변하는 한편 현 시점에서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바를 가리킨다.
 
뉴스타파 역시 자신의 역할을 앞으로 탐사보도에서 찾겠다고 나섰다.
 
펜과 카메라를 빼앗긴 언론인이 보란듯 만들어낸 한시적 방송이 아니라, 독립언론으로서 제대로 뿌리를 내려보겠다는 발상이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재원 압박 문제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언론노조의 지원으로 만들어 왔지만 한계가 있는 이상, 이상적 재원모델을 갖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 공익언론 ‘프로퍼블리카’를 좇아 한국에 착상시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프로퍼블리카는 탐사보도에 정통한 내용으로 2010과 2011년 연속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뉴스타파 제작진 역시 연말까지 정기회원 1만 명을 모아서 거대언론사가 시도하기 힘든 기획탐사 보도채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2500여명이 정기회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기부금과 직접 만든 케이크를 건네 화제를 모은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는 뉴스타파의 야성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제작진의 결기가 진실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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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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