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속보인 금융노조..실익 때문에 명분 외면

입력 : 2012-07-30 오후 3:22:29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 무산돼도 관치금융과 메가뱅크는 끝나지 않아..30일 예정된 총파업 예정대로 진행"(7월27일)
 
"메가뱅크 저지, 산은 민영화 저지, 농협 자율성 확보 특별단협 체결 등 총파업 핵심 사안 해결로 총파업 연기"(7월29일)
 
12년 만에 총파업을 강행키로 했던 전국금융산업노조가 불과 이틀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 27일 우리금융 매각 입찰 무산 후에도 총파업 결의를 다졌던 노조가 갑자기 총파업 하루 전에 파업 잠정 연기를 선언했다. 말이 잠정연기이지 무산이나 다름없다.
 
당초 금융노조는 우리금융(053000)KB금융(105560)지주 합병 등 메가뱅크 저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저지, 농협의 정부로부터 자율성 확보,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등 4가지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12년 만에 총파업을 결정했다.
 
그런데 산은금융지주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더라도 민영화는 다음 정부에서 해결할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산은 민영화는 일단 일단락됐다.
 
여기에 지난 26일 KB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우리금융 매각 참여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메가뱅크 방안도 물거품됐다.
 
가장 큰 파업의 명분이 사라졌지만 금융노조는 일시적인 중단일 뿐 완전히 관치금융과 메가뱅크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며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파업을 하루 앞둔 29일 농협 노사가 자율성 확보·고용안정 특별단협을 체결하고, 농협 노조가 총파업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더 이상의 내세울 명분이 없어졌다며 노조는 파업 연기를 선언했다.
 
문제는 금융노조가 당장 파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었다.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춰진 파업의 목적이다.
 
궁극적으로 관치금융과 메가벵크 철회가 목적이었다면 총파업을 계속해서 진행하는게 맞다.
 
우리금융 매각과 산은 민영화 등 다음 정부에서 또 다시 논의될 사항임이 기정사실화 되었기 때문에 분명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노조의 파업 철회 시기와 말 바꾸기 행태를 봤을때 노조는 명분 없는 투쟁에 따른 비난 여론에 덜컥 겁을 먹었을 지도 모른다.
 
우선 이번 총파업의 핵심이었던 우리금융, KB금융 노조가 소극적으로 변했고 농협 노조는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동력을 잃었다.
 
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차별적인 대출금리 적용 등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파업을 강행할 경우 형성될 비판적 여론에 움츠러들었다.
 
정치권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조측에 원하던 쟁점이 다 해결됐는데 무엇을 위한 파업이냐고 따져 물으면, 귀족노조 논란만 더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것 처럼 귀족노조의 불필요한 파업이 아니었다면, 건전한 금융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왜 하루 아침에 말을 바꿔야만 했을까.
 
노조가 단순한 말바꾸기로 12년만의 총파업을 뒤엎으면서 당분간 금융노조의 파업은 어렵게 됐다.
 
특히 실리만 챙기다 정말 힘을 뭉쳐야 할 땐 어떤 명분을 내세울 것인가. 정권이 바뀌더라도 분명한 명분이 없다면 힘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는 걸 금융노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금융노조가 실익 앞에서 손을 놔버린 명분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들의 지지와 직결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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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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