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분노 유발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입력 : 2012-08-01 오후 5:52:2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지난 2003년 정부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21세기형 글로벌시티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국제 비즈니스도시(송도), 동북아 물류허브(영종), 국제금융·레저도시(청라)로 조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화려한 청사진은 분양 성적으로 이어졌다. 송도 더 프라우 4855대1 역대 최고경쟁률. 송도 센트로드 최고 경쟁률 331대1. 송도웰카운티 평균 47대1. 분양만 하면 모델하우가 장사진을 이루던 송도국제도시. 그 열기를 이어받아 청라 분양시장도 승승장구했다. 2007~2009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분양시장에서 로또로 불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송도에 한 중개업소는 “여기서 아파트 당첨되면 술 한잔씩 돌렸다. 당첨되는 순간 돈 벌었으니까 근데 요즘엔 그게 아니다”고 푸념했다. 아파트 값은 급락하고, 깡통분양권과 경매물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화려한 청사진을 자랑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개발이 백지화되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다.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는 “분양 당시 보였던 시설이 하나도 없다. 이건 대국민 사기”라며 극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외국인없는 송도국제도시
 
송도의 개발 컨셉은 국제 비즈니스도시다. 이를 위해 국제업무단지를 조성하고 지식정보산업단지, 바이오단지 등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회사와 외국인의 대규모 유입에 대비해 국제학교와 병원 설립도 계획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맏형격으로 기반시설 등 대부분의 기본 계획이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겉모습은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국내 신도시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거주 중인 외국인은 겨우 875명이다. 국제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난 2010년 9월 개교한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의 학생 수는 6월 현재 474명이지만 외국인은 94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정주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국제병원은 지역 내 주민들 간에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국제병원 유치는 고급 의료 서비스 제공은 물론, 외국 병원과의 경쟁을 통해 국내 의료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의료인력 교류의 활성화 등 많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과 의료비 상승이나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며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라아파트도시
 
국제금융허브와 레저도시로 성장시켜려는 청라의 청사진은 금융위기와 함께 빛이 바랬다. 현장은 인천 3개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일 뿐이다.
 
청라국제도시 주요 개발사업계획 중 ▲국제업무타운 ▲청라홀리랜드 ▲국제금융단지 ▲로봇랜드 ▲테마형 골프장 ▲첨단산업단지 ▲농업복합단지 등은 축소 또는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몰렸다.
 
교통정비계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을 2010년 신설하고 수도권과 연결되는 경인고속도로가 직선화된 청라 IC 신설,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은 아직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업은 사업 내용이 대폭 축소됐고 청라 IC신설과 제 2외곽순환고속도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청라는 여름만 되면 악취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청라에서 최단 2km 떨어진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한 악취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은데 이어 올 여름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로 인해 환경보전과 직원 8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악취 원인 조사에 나섰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자회사 17곳뿐 아니라 협약관계에 있는 외국금융사를 청라에 유치하는 하나드림타운을 개발하겠다고 나섰지만, 청라는 홍콩, 싱가포르 등 동북아 금융 경쟁도시보다 법인세율이 높고, 금융기관을 위한 맞춤형 투자유인책이 없다.
 
또 청라국제도시는 여의도 등 국내 금융중심지와 비교해도 금융 인센티브의 핵심인 세제지원 혜택을 적용할 수 없어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종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 역시 대부분의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이 거의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종하늘도시 핵심사업 중 영종브로드웨이는 특수목적법인 설립 약속 불이행으로 사업이 백지화됐으며, 이탈리아 밀라노 시와 협약을 맺고 추진하던 밀라노디자인시티는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계약해지되는 등 대부분의 개발 사업이 무산된 상황이다.
 
특히 섬지역이라는 특성상 내륙과의 접근성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청라와 영종을 잇는 제3연륙교는 인천시와 국토부간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도시개발계획보다 당장 생활에 영향을 미칠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문제를 해결할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1곳씩 가을 개학을 기다리고 있을 뿐 고등학교는 내년에야 통학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영종하늘도시는 이달 동보노빌리티를 시작으로 7개 단지 8851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하지만 전 단지가 입주거부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현대건설(000720), 우미건설, 신명종합건설, 한양, 한라건설(014790)이 동시분양한 영종하늘도시는 사람은 없고 아파트만 가득한 유령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연말까지 입주구역 및 지구외 연결도로 등 일부 기반시설을 완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입주민의 생활 불편이 크게 개선될 수준은 아니어서 당분간 유령도시라는 오명은 벗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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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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