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뮤직비디오 사전심의제 도입 논란

'청소년 보호 실효성 없는 과잉 규제' 비판 거세

입력 : 2012-08-07 오후 5:15:1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해외에서는 유사한 제도를 찾기 어렵다. 방송이 아닌 인터넷에서 뮤직비디오를 사전심의하는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광부 담당과장과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새로 도입되는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 및 과잉규제 등 여러가지 논란거리를 감추지는 못했다.
 
오는 18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뮤직비디오(음악영상파일)는 전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뮤직비디오의 경우 그동안 사전음반 심의제도 등급심사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법률 개정에서 해당조항이 삭제됐다. 앞으로는 인터넷상에서 대가 없이 제공되는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번 등급분류제도 시행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효에 따른 것이다. 방송보다 선정성이나 폭력성의 수위가 높은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다. 하지만 업계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잉규제에 따른 음악산업의 위축이다. 앞으로는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 배급업, 판매업 외에 온라인 음악서비스제공업을 담당하는 사업자도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 
 
온라인 음악서비스제공업 담당 사업자의 경우 전체 사이트가 아닌 음원 사이트만 규제대상이 된다. 가령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에 개인이 유튜브에서 찾은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것은 괜찮지만 네이버 뮤직 페이지는 제재대상이다.
 
등급분류를 받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2주다. 이렇게 되면 음원을 판매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미 특정 뮤직비디오가 유통되고 있는데 음원 사이트에서 뒷북을 치는 사태가 발생한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유통 지연 외에 사전심의에 따라서 뮤직비디오 리스트에 등급과 심의번호도 노출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이렇게 되면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규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영화의 경우 등급분류를 하면 신분증 검사를 통해서라도 영화관람을 제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뮤직비디오 감상을 일일이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성인인증 절차가 뒤따라야 하는데 성인인증을 하더라도 뮤직비디오 감상을 위해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영화의 경우 12세와 15세 이상 관람가는 부모와 동반시 영화관람이 가능한데 인터넷에서는 이와 같은 세부사항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병우 문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이날 "입법부의 의도는 존중하나 인터넷 전체 유통콘텐츠 제재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행정부 입장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현재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내용을 함께 논의 중이다. 박 과장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방법이 있을 것"이라면서 "누가 봐도 유해한 뮤직비디오가 유통된다면 '정보통신망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도'는 오는 18일부터 시행되지만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의 시범기간을 거쳐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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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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