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최근 정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네이버와 LG 출신 인사들이 지목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현재 기준 AI 양강으로 꼽히는 기업에 몸 담았던 이들이 과기정통부, 중기벤처부 등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이다. 최근 십수년간 기업인들이 대표직 혹은 임원직 사임이나 백지신탁의 어려움 등으로 정부 고위 공직자 자리 제안에 대해 고사해왔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기업 현역에서 장관직으로 곧장 옮기게 된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다. 최첨단 산업 현장에 대한 감이 가장 예민할 때 공공 영역으로 옮기는 만큼 파격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민간과 공공의 큰 연봉 차이를 생각하면 당사자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향후 AI 기술 고도화 여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지대한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 현역 인물과 정부가 함께 고심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번 인사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이 때, 모처럼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신호가 떨어진 셈이다.
LG AI연구원장으로 활약하던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현재 한국의 AI 모델 숫자나 기술 경쟁력 순위는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2024년 기준 14개의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 미국(128개), 중국(95개)에 이어 세계 3위로 초거대 AI 모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1, 2와의 격차가 크다. 또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세계 83개국 중 한국의 AI 경쟁력은 미국(1위), 중국(2위), 싱가포르(3위), 영국(4위), 프랑스(5위)에 이어 종합 6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AI연구원장을 지낸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 준비를 위한 출근길 첫날부터 '한국 AI의 저력'을 강조했다. 암울하다 여길 수 있는 상황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컵에 물이 반도 안 찼다'고 하기보다는 '물이 반이나 차 있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시각이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 속 주눅들지 않고 한국 AI 발전을 모색하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냉철한 현실 인식 또한 중요한다. 소버린 AI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사실 국내 대표 AI 중 하나로 꼽히는 네이버의 하이퍼 클로바조차도 네이버를 제외한 기업 현장에선 도입을 망설이는 게 현실이다. 정교함이 부족한 AI를 전체 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개발에서 중차대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아직 국산과 외산 AI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을 현장 개발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현재 AI 법·제도 등 운영환경 부문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AI 산업에서 민간 투자 부문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이며, AI 관련 기업 수나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이 공백을 메워가야 한다. 꼭 필요한 만큼의 AI 법·제도를 구축해 가면서 규제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AI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현재 딜레마 상태에 놓여 있다. 오랜 세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데 따른 부작용 심화가 우려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신산업 부문에선 앞으로 대기업발 낙수효과 자체가 아예 사라질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네이버에서 '프로젝트 꽃' 사업을 이끌며 플랫폼 기업 수장으로서 중소상공인 상생을 깊이 고민했던 인물이다. 기술이 앞으로도 발전을 계속해 나가되, 기술 혁신의 장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이들까지 함께 이끌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부디 이번 인선이 정보기술 산업 최전선에 섰던 이들의 경험을 살려 뒤처진 발전 속도를 회복하고, 또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포용하는 정부의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과기정통부 장관과 중기벤처부 장관, 그리고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까지 가세 정부 발 콜라보가 부디 성공하길 기원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