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말 정부가 물가 안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춤했던 가공식품 가격이 하반기 들어 요동치고 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국제 곡물가격에 이제는 정부도 손을 놓아 버린 모양세다. 이 틈을 타 그 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식품업계는 각 업계 1위 기업을 선두로 연일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8월9일 현재까지 가격이 오른 품목은 라면, 우유, 두유, 음료, 참치캔, 즉석밥, 맥주, 조미료 등 다양하다.
인상폭은 대부분 10% 미만으로 소비자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500원을 넘지 않는 품목이 많지만 가공식품은 소비 폭이 넓고 구매빈도가 잦은 특성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은 각 품목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상황에서 1위 업체들이 포문을 열어줬으니 후발업체로서는 큰 부담 없이 가격 인상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특히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 압력에 못 이겨 철회한 위스키, 두부, 콩나물, 시리얼 등 품목은 조만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가격이 5.6% 오르면서 소주 업체들로서는 소주 가격을 인상할 명분도 생겼다.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대선 분위기를 타기 전에 가격 인상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이번 가격 인상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함께 이르면 오는 11월쯤부터 국제 곡물 가격 인상분이 국내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내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부재료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이를 내부적으로 흡수하며 미뤄왔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판매마진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원가압박이 심해 가격 인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올 하반기 보다는 내년이 더 걱정된다"며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제 곡물 가격이 인상분이 반영돼 원가압박이 몇 배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