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그 동안 정수기물을 마셨는데 뉴스에서 나오는 초록색 강물을 보니까 수돗물을 끓여먹기는커녕 정수기물도 불안해서 못 마시겠어요. 당분간은 생수를 이용할 생각입니다."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서울시민의 젖줄인 한강에까지 녹조현상이 확산되면서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10일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
생수 매대 담당 직원이 빠르게 물량을 채워 넣고 있었지만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생수 20개들이 묶음을 몇 개씩 카트에 옮겨 담는 바람에 금세 매대가 비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트 측은 아예 제품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팔렛트에 올려진 채로 생수를 진열했다. 워낙 빠르게 물량이 소진되는 탓에 담당 직원의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아이와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 김행란(38. 여)씨는 "평소에는 수돗물로 옥수수차나 결명자차를 끓여 마셨지만 한강까지 녹조가 확대됐다는 뉴스를 보고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생수를 사다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생수 소용량 묶음 제품을 구입한 직장인 박미선(28. 여)씨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음료수보다는 물을 많이 찾게 된다"며 "출근할 때도 한 개씩 들고 나가 커피나 음료수 대신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녹조와 관련한 뉴스가 나가면서 생수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다"며 "폭증하는 생수 수요에 대한 물량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마트(139480),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녹조현상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최근 1주일 새 생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생수 매출이 64% 신장했다.
이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3주(7.19~8.8) 동안의 매출 신장률인 37.1%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각각 36%, 53%, 47% 생수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녹조 관련 보도가 있었던 7일에 매출이 가장 높았으며,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32.6%가량 매출이 올랐다.
이 같은 인기에 대형마트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 가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생수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10일 금요일부터 주말 동안 비소식이 있어 어느 정도 녹조 현상이 완화되겠지만 시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