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케미칼(009830)이 세계적 태양광 기업인 큐셀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을 통해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부터 관계사인 한화솔라에너지와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을 통해 대내외에서 태양광 발전소와 셀·모듈 공급 등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래 차입금과 유동부채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업황 침체마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현 성과로는 기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큐셀 인수가 자칫 '독'이 돼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다.
13일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으로 한화케미칼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4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 사업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규모는 특수관계자 3427억원, 한화솔라원 홍콩에 2022억원의 지급보증이 설정돼 있다.
유동부채 역시 2010년 3조원대에서 올 3월 말 4조1854억원으로 3년 새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태양광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차입금과 유동부채 등이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지목하면서 신규투자, 인수합병 등 몸집 키우기에 적극 나선 결과다.
한화(000880) 그룹은 지난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4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태양광기술 기술벤처기업인 1366테크놀로지와 크리스탈솔라, 사일런트파워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국내에서는 여수에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해 70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태양광 업황이 극심한 침체기인 상황에서 큐셀까지 인수할 경우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된다는 데 있다. 큐셀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태양전지 가격 폭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에만 8억4600만유로(약1조2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채 덩어리'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대규모로 이뤄지는 투자 결실이 과연 어느 시점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태양광과 증권업계에선 이르면 내년 1분기나 2분기부터 업황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업계 스스로의 마땅한 자구책이 없다는 점에서 회복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나마 석유화학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태양광 사업에 투자가 집중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 이유다.
아울러 최근 일본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화는 지난 3일 한화 일본법인이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마루베니(丸紅)가 계획중인 태양광 발전소에 향후 4년간 약 5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화솔라원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도쿠시마현에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5.6MW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일본시장에 발을 들이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차입금 규모가 커 재무구조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해 타당성과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사업으로 인해 차입금 규모가 큰 편이긴 해도 석유화학 사업 등에서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업황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케미칼의 큐셀 인수를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유럽시장에서 거래선을 넓히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B2B(기업간거래)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한화케미칼이 큐셀의 시장 지배력과 영업망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