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 눈 먼 코레일-민간업체..승객 편의는 '뒷전'

공공시설물 역사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코레일 퇴사자 전관예우 관행부터 뿌리 뽑아야

입력 : 2012-08-19 오후 3:33:02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역사시설을 현대화하고 승객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민자역사사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민자역사 업체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익 불리기에 급급하면서 승객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민자역사는 코레일과 민간이 공동출자, 신축해 한국철도공사가 건물일부를 역무시설로 사용하고 민간기업이 나머지를 상업시설로 운영하는 형태로 지난 1984년 도입됐다.
 
민자역사 업체는 새 역사를 건설한 뒤 철도운영과 관련된 역무시설을 코레일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공간을 임대하거나 직접 판매시설을 운영해 최초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문제는 상업적 용도만 강조되다 보니 공공 시설물이여야 할 역사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사업자를 관리 감독해야 할 코레일이 수익 논리에 매몰돼 민간역사 사업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용산민자역사를 운영하는 ㈜현대아이파크몰은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매년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1.5%씩 자동 인상하고 손해배상 청구 금지, 임대인의 일방적인 임대목적물 변경조항 등 상가 임대차계약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는 조치를 받았다.
 
이 업체는 지난 2007년에도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 권고를 받았으며, ㈜창동민자역사 역시 2010년 임대차계약에 대한 시정 조치를 받았다.
 
지난 7월에는 코레일 네트웍스가 일방적으로 입점일을 정하거나, 임차인의 의무를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항하는 단체나 협의회조차 결성하지 못하도록 횡포를 부리다 공정위에 덜미가 잡혔다.
 
코레일 네트웍스는 역세권개발사업, 전자예매서비스 및 교통카드 사업, 택배사업, 멤버십사업 등을 수행하는 코레일의 자회사다.
 
코레일이 끊임 없이 적발되는 민자역사 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개선 노력을 하기는 커녕,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자역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둘러싼 민자역사 업체와 코레일 간의 소송전도 줄을 잇고있다.
 
㈜안양역사는 지난 2008년 "역사 내 대합실 등 역무시설에서의 영업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이 '철도 이용자에 필요한 서비스 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역무시설 내에 상업시설을 입점시켜 운영업체의 영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역사도 같은 이유로 코레일과 법적 분쟁 중이다.
 
배당을 둘러싼 잡음도 새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6월 영등포역과 대구역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역사를 상대로 회계장부를 공개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롯데역사가 민자역사 운영으로 73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으면서도 배당에 16억원 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코레일은 ㈜롯데역사지분의 25%를 소유하고 있다.
 
코레일과 운영사업자가 이익에만 골몰하는 사이 역사의 공공성과 편리성은 훼손되고 있다.
 
민자역사는 전체 면적(건축연면적)의 90%까지 상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공공을 위한 역무시설공간은 10%만 할애하면 된다.
 
민자역사의 판매 및 영업시설 비율은 52~94%. 특히 서울통합역과 용산역, 수원역 등 3개 민자역사의 경우는 상업시절 부지가 대형 백화점 수준인 약 10만㎡에 달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민자역사에는 대규모 주차장이 설치돼 승용차 통행을 유발시켜 주변교통혼잡을 가중시킨다.
 
철도 이용객들은 '기차를 타러 왔는지 백화점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민자역사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레일 퇴사자들이 민자역사 업체의 이사나 감사로 선임되는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1급 이상 코레일 퇴직자 총 45명 중 37명은 ㈜롯데역사, ㈜한화역사, ㈜부평역사, ㈜평택역사 등 코레일이 출자한 민자역사에 감사 및 이사 등으로 재취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자역사 업체는 코레일 퇴직자들의 노후대비용'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고위직 퇴사자들이 민자역사 업체로 재취업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코레일 출신들이 다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나중에라도 민자역사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사업자들에게 개선요구를 한들 먹히기나 하겠냐"고 꼬집었다.
 
또 코레일이 역사부지만 제공한 뒤 민간으로 부터 배당만 받아 챙겨간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선정·관리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에 추진되고 있는 20여개 역사 중 창동·노량진역은 공사가 중단됐고, 성북역은 인허가도 받지 못했다. 산본역 시행사는 지난 5월 초 법정관리에 들어깄다가 회생 결의안이 의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앉은 것은 물론, 민자역사사업에 2011년 기준 619억을 출자한 코레일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문제는 코레일이 신용등급 B 이상, 납입자본금이 100억원 이상인 법인 등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개인, 법인을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창동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코레일 관계자는 "창동역사의 문제는 사업 진행중 일어난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사업주관자였던 서초엔터프라이즈와는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레일이 사업자로 선정한 서초엔터프라이즈는 분양대행업체로 민자역사 개발 경험은 전무했던 곳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사업자 선정 시 자금조달, 사업수행능력, 아이템 등 자격심사를 강화하는 등 사업자 선정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심사 공정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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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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