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재벌개혁 광풍 속에 재계 서열 4위
LG(003550)그룹이 유독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일찍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덕에 순환출자 금지 등 현재 제기된 지배구조 논란으로부터 사실상 ‘열외’라는 평가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이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곳은 LG 외에는 SK가 유일하다.
여기에다 현재로선 드러난 오너 리스크 또한 없다.
지난 16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최태원(SK), 박찬구(금호석화) 등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사법부에 운명을 맡긴 것과는 달리 구본무 회장은 그룹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위험 자체로부터 벗어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야권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될 경우 주력 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80%까지 대폭 확대해야 한다. 천문학적 자금 소요가 불가피한데, 이마저도 지주사 부채비율 제한 탓에 차입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장기적 과제로는 그룹 후계구도 문제가 남아 있다.
그룹 총수로서 구 회장이 왕성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서서히 다음 체제에 대한 구상을 내놔야 할 때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장자승계 원칙을 지켜온 LG는 3세 구 회장에 이르러 변곡점을 맞이했다. 구 회장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광모씨를 양자로 맞이해 후계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씻었다고는 하나 그의 나이(34)가 걸림돌이다.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다지는 탓에 아직 직급(차장) 또한 낮다. 결국 그가 경영수업을 순조롭게 마칠 동안 과도기를 거칠 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대안일 수 있으나, 그룹 설명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로선 직접 승계가 유력하다.
이외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자, 특히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결국 LG의 현 고민은 실적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룹의 대들보였던 전자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화학에 맏형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 들어선 생활건강에까지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TV를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등 소비가전은 여전히 굳건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바일의 경우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시장 구도를 변화시킬 획기적 전환점 마련 없이는 스마트폰 열세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일치된 평가다. 또 마땅한 그룹내 성장 동력이 없다는 점도 LG의 미래를 그리 밝게만 볼 수 없는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