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은 시위를 떠났다"..삼성-애플 특허戰 '배심원 손에'

입력 : 2012-08-20 오전 7:45:47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1년여 간 끌어온 특허소송 공방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삼성과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의 권고로 이뤄진 양사 최고경영자 간의 최종협상은 결렬됐다.
 
동시에 고 판사가 삼성과 애플 양사에 각각 부여한 25시간의 변론 시간이 모두 종료됨에 따라 이제 본안소송에서 남은 과정은 21일 예정된 배심원 평결뿐이다.
 
이날 배심원들은 판사가 직접 재판과 관련된 법적 용어를 설명하는 '배심원 지침(jury instruction)'과 양측의 마지막 변론을 청취한 뒤 '세기의 소송'을 끝낼 최종 평결을 내리게 된다.
 
◇삼성-애플, 폭로전 치달은 진흙탕 싸움
 
지난 3주 간의 법정공방에서 삼성과 애플은 특허권과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을 총동원해 증언대에 세웠고, 민감한 영업기밀과 경영전략을 담은 내부문건까지 폭로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애플은 안방에서 열린 본안소송 내내 삼성을 코너로 몰아붙이며 일방적인 공세를 취했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자 후반부 접어들수록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는 법원에 비상식적인 요구를 남발해 고 판사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애플 측 변호인은 법정이 부여한 변론시간 25시간 중 불과 4시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무려 75페이지 분량의 증거물과 22명의 증인명단을 제출해 고 판사로부터 "마약하지 않고서야 이 증인들을 모두 소환할 수 없다"는 질책을 받았다.
 
삼성 또한 미국 법원이 기각한 증거자료를 현지 주요언론에 직접 공개하는 등 마찬가지로 루시 고 판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배포한 문건은 삼성이 지난 2006년 아이폰 출시에 앞서 비슷한 디자인의 휴대폰(F700)을 개발한 사례와 애플의 전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의 증언 등을 담고 있다.
 
또 삼성은 본안소송에서 애플이 모바일 기기에서 이메일과 사진 등을 전송하는 기술을 침해해 4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애플, 양사의 득실은? 
 
'전세계 IT와 모바일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으로 평가되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양사의 득실은 무엇이 있을까.
 
삼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애플과의 소송에서 여러 차례 패소했지만,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엔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애플에 맞서는 ‘유일한 대항마’라는 인식을 각인시킨 것.
 
실제로 특허침해 소송이 시작된 1년 동안 삼성전자는 쟁쟁한 경쟁사들을 모두 물리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버금가는 위상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애플이 시장 점유율 18.1%로 삼성전자(12.2%)보다 약 6%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데 반해 올 1분기에는 상황이 역전, 삼성전자가 30.6%, 애플이 24.1%로 전세가 뒤집혔다. 
 
애플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유리한 여론을 확보했다.
 
이르면 이달부터 펼쳐질 구글과의 모바일 운영체제(OS) 관련 특허소송에 대비해 자사의 이미지를 ‘창조적 기업’으로 각인시킴은 물론, 구글의 최대우방인 삼성의 발을 묶어놓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주요외신은 애당초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디자인 특허 등을 물고 늘어진 이유는 본질적으로 안드로이드 확산의 ‘행동대장’격인 삼성에 제동을 걸고, 그 다음으로 여타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확실한 경고장을 보낸다는 목적의식을 깔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잃은 것도 많다. 특히 애플의 경우 본안소송 과정을 통해 '신비주의'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한 주요언론은 "애플이 제품의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경쟁사와 대중에게 그들의 내부를 보여주는 우를 범했다"며 "애플의 '신비주의' 전략이 소송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카피캣'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주장이 연일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국엔 삼성 또한 차별화의 압박을 짊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은 세기의 특허전. 활은 시위를 떠나 21일 최종판결 과녁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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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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