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간 세기의 특허전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2년 이내 국제특허 분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국제특허 소송 건수는 2009년 154건에서 지난해 278건으로 2년 만에 80.5% 급증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권 분쟁 사례 중 국내외 지방법원에서 다뤄진 국제특허 분쟁을 집계한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제소보다 피소가 월등했다.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체 분쟁 건수 1070건 가운데 피소는 821건으로 제소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피소 건수는 2009년 112건, 2010년 165건, 2011년 195건으로 최근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제소 건수는 같은 기간 42건, 21건, 83건을 기록했다.
특허 분쟁에 취약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 보호에 대한 체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 들어서는 지난 5월말까지 70건의 국제특허 소송이 제기됐다.
이중 국내 대기업이 제소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지만, 피소는 52건에 달했다. 중소기업 역시 제소와 피소가 각각 2건, 15건으로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각국 세관 등에 제소된 사건 등을 포함하면 실제 소송 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허괴물로 불리며 특허전을 전담하는 특허소송전문회사(NPE)의 제소건수도 급증세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NPE의 특허소송 건수는 2009년 32건에서 2010년 44건, 지난해 89건으로 늘었다.
국적별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의 분쟁이 가장 많았다.
2007년부터 제기된 국제특허 소송 중 미국 기업과의 분쟁은 670건으로 62.5%를 차지했다. 일본 기업과의 분쟁이 152건(14.2%)으로 두 번째였다.
이어 독일, 대만, 스웨덴 등과의 분쟁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원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세계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각국의 견제가 심해졌다”면서 “과거엔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이 견제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IT기업 등에 대한 특허공격이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연구개발(R&D)이 끝난 뒤 보호 차원에서 특허를 고민할 게 아니라 기술개발 단계 이전부터 특허 출원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기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