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해부②)당장 운영자금 없는데 1년후 세제 혜택?

사업자 "실효성 없다" 한 목소리..계약서엔 지원 내용도 담지 않아

입력 : 2012-08-23 오후 4:01:00
[뉴스토마토 임애신·오세호기자]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기름값이 속수무책으로 상승하자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기름값 안정화 대책의 핵심사업으로 내놨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기름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부가서비스를 없애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현재 전국에 651개가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를 정부는 올해 안에 10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겐 시설개선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럼에도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성 떨어지는 지원대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후관리도 부실한 실정이다. 알뜰주유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밀어 붙이기식' 알뜰주유소 확대로 주유 사업자들이 거리에 내몰릴 상황에 처했다.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약속에 사업자들은 빚을 내 알뜰주유소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정부가 약속한 매입·임차비용·외상거래 지원은 받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세제혜택도 1년 후에나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당장 자금에 목마른 사업주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란 지적이다.
 
◇1년 후 세제혜택?..현실 모르는 정부
 
23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사업자에게 소득세와 법인세·지방세를 일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또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런 알뜰주유소 전환 사업자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9월 정기 국회에 상정한다. 국회 일정을 마친 후 실질적으로 사업자들이 세제 혜택을 보는 시점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사업자들은후  당장 운영 자금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폴 주유소들은 정유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외상 등의 부채를 안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유소 1만2284개 중 약 20%가 거래 과정에서 정유사에 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지난 3월 '유가구조개선기금'을 조성해 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정유회사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생긴 부채 상환을 돕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유가구조개선기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은 "기존 폴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서 2억원의 외상을 개인 여신으로 갚았다"며 "2억원을 은행권에서 일반 대출로 개인적으로 갚음에 따라 운영 자금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알뜰주유소 관계자도 "초기에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출이 증가했지만 주변 주유소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점을 잃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부채 상환에 대한 대출 지원도 받지 못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매입·임차 비용을 지원하고 우리은행 알뜰주유소 전용 저리신용대출 상품, 서울지역 사업자에 최대 5억원의 외상거래를 실시하는 등을 통해 사업자들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각 기관에서 원하는 기준이 높을뿐더러 기준조차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의 꼼수?..석유 공급 계약서에 지원 항목 '누락'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서에 정부의 지원 내용이 주유소의 권리로 명시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제4조 주유소의 권리와 의무 사항에 정부의 시설개선자금지원과 외상거래 실시 및 품질보증프로그램 가입시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과 분쟁에 대해서는 상관례에 따라 상호 합의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등 모호한 표현으로 외상거래 지원 부분 등에서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당 계약서에는 외상거래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외상거래를 모두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청을 했을 때 심사를 거쳐 따로 계약서를 체결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완기 변호사는 "계약서에는 수요자 입장에 맞춰 의무 조항이나 지원이 꼼꼼히 들어가야 한다"며 "그런 조항이 없으면 결국 법률상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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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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