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오세호기자]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기름값이 속수무책으로 상승하자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기름값 안정화 대책의 핵심사업으로 내놨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기름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부가서비스를 없애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현재 전국에 651개가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를 정부는 올해 안에 10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겐 시설개선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럼에도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성 떨어지는 지원대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후관리도 부실한 실정이다. 알뜰주유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기름값 안정화 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과 언론은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기름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알뜰주유소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 4월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석유공사에 물량을 공급할 때 기존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해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이 싸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한 주유소 사장은 "알뜰주유소가 폴 주유소에 비해 포인트나 시스템이 좋지 않아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공급가격이) 오히려 (폴주유소보다) 비싸게 들어오고 있다"며 "석유공사 통보가격이 일반 업체에게 받는 것보다 더 비쌀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일 기준으로 가격을 살펴보면 석유공사는 휘발유를 리터당 1952원, 경유를 1759원에 공급한다고 통보했다. 그런나 이들에게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A대리점은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933원·1728원, B대리점은 1948원·1743원 으로 석유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다.
21일에도 세 곳 중 석유공사가 가장 비쌌지만, 22일에는 석유공사의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953원·1770원, A대리점은 1953원·1748원, B대리점은 1990원·1799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평가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폴 주유소가 반발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공사는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 효과 '미미'..정부 "알뜰주유소 확대할 것"
저렴하지 않은 석유제품 공급가로 인해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다른 주유소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자료들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석유공사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채익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 10곳에서 알뜰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무상표 자영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알뜰주유소는 정유 4사보다 대체로 저렴하게 팔았으나, 서울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자가폴이 1893.77원인 반면 알뜰주유소는 1894.71원으로 0.94원 더 비쌌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기름값 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기존 무폴 주유소보다 비싸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알뜰주유소를 늘릴 게 아니라 정유사의 독점적 구조를 깨는 등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는 "접근성이 제한되고 경쟁이 적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177개 자영 알뜰주유소는 무폴 주유소보다 12~27원 정도 가격이 낮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가격 경쟁을 통해 인근 주유소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판단, 알뜰주유소 확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경기도 하남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100호점'을 찾아 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농협 등 관계기관에 "올해 알뜰주유소 1000곳을 연다는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