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테마주에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고려하는 이가 몇이나 있겠어요. '오르는 것이 호재'인 거죠."
개인투자자 A씨의 말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이름을 딴 'OOO테마주'들에 이어 이들의 공약을 바탕으로 파생된 테마주들이 난립하면서 '수혜 여부'와는 무관한 '거짓 테마주'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A씨의 말처럼 상당수 투자자들은 수혜 여부는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상승 구간에 사면 연일 급등하기 때문에 하한가를 한번 맞더라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조치 강화조치에도 아랑곳없이 테마주들이 난립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3월 거래소는 테마주 과열을 막기 위해 투자경고단계에서 매매거래를 정지키로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테마주 단속을 강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매거래정지 건수는 15건, 매매거래정지 종목은 12종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건, 1종목에 비해 무려 1400%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위험 경보는 3건(2종목)에서 5건(3종목)으로 늘었고, 투자경고도 40건(36종목)에서 83건(72종목)으로 급증했다.
◇거래소 '조회공시?'.."테마주 '확인' 도장에 불과"
정치테마주, 동전주 개별종목의 주가급등으로 시황관련 조회공시 요구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9%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조회공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유는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는 새로 형성되는 테마주의 '확인도장'이나 다름없다"는 한 투자자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상 현저한 시황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는 개별종목의 이상급등이 반복될 경우 이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받아 들여졌다.
특별한 주가 급등 이유를 거래소 차원에서 확인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를 조롱이라도 하는 양상이다. 주가급등을 묻는 거래소 조회공시를 받은 종목들이 보란듯이 급등세를 이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생명과학(118000)은 지난 2월1일과 8월23일 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8월 조회공시 이후에도 연나흘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안철수테마주로 알려진
써니전자(004770)의 경우엔 올해 들어 주가급등을 사유로 세차례나 조회공시를 요구받았지만 주가는 현재 첫 조회공시를 받은 4월6일 대비 866.39% 오른 1만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들생명과학, 써니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마주로 분류된 상장사도 '난색'
물론 이들 회사는 대부분 "현저한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테마주로 분류된 상장사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테마주로 엮어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 대해 회사 측이 뭐라고 설명하겠나"며 "뭐라고 답변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들이 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회사 측이 내놓는 부인도 확정공시인 만큼, 회사가 확정한 내용에 대해 거래소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회사 측에 투자자에 현재 주가 급등이 기업가치와 무관하다고 밝힌다고 해서 이상급등 현상이 잠잠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안철수테마주로 불리는
안랩(053800)은 작년 12월9일 조회공시 요구에 "기업의 실적과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주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한달 후 주가는 30%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