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9월 물가가 비상이다.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휩쓸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한 호우를 동반한 태풍 '덴빈' 피해도 우려되는 데다 한달 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물가대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볼라벤 태풍에 따른 물가 충격은 채소류 가격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서울시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전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반입된 채소 물량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배추의 공급량은 619t으로 전일 949t에 비해 330t 가량 줄었다. 하루만에 공급량이 65%나 급감했다.
무의 공급은 244t으로 하루만에 36%감소했고 피망과 파프리카(73%), 고추류(66%)등 반입량이 반의 반토막으로 줄어든 품목도 많았다
공급량이 딸리면서 가격은 치솟고 있다. 이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65개 엽채류 채소 65개 중 55개 품목의 가격은 하루 만에 10% 이상 상승했다. 특히 4kg(상등급) 한 상자에 3만 2417원이면 샀던 시금치가 이날은 7만4669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쑥갓(상등급) 122%나 뛴 4만4952원, 아욱도 전날보다 111% 오른 5만4862원, 열무도 110.9% 오른 1만9799원에 거래됐다.
특히, 지난 여름 폭염으로 '금추'가 된 상추의 경우 적포기 상추 4kg 한 상자가 무려 9만 8157원까지 올랐고 한때 경매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반면 육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100g당 상추가격(1900원대)은 삼겹살(480원)보다 5배 가까이 비싼 기현상 마저 보여주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가자미(하급)은 8kg 한 상자의 가격은 1만9200원으로 89% 뛰었고, 전복(양식·중급)은 1kg가격이 3만7500원으로 47.1%나 상승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태풍이 오기 전에 남아있던 품목들은 동이 나버렸고 태풍 이후 공급량이 반토막 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며 "이 역시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강원도 고랭지 지역 출하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강한 호우를 동반한 태풍 '덴빈'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물가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태풍 매미가 강타한 지난 2003년 9월에도 채소와 과일 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3% 이상 상승했고 특히, 농산물 가격은 10% 이상 급등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집중호우와 태풍에 가장 취약한 영향을 받는 것이 채소"라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