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근 웅진그룹이 폴리실리콘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태양광 업계에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KCC(002380)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대죽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 분위기가 지금처럼 싸늘하지는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업황보다 수율 등 생산 안정화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던 탓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공급 과잉의 단초를 제공했던 중국에서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국내 태양광 기업은 그룹사와 연계돼 있어 구조조정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여긴 때문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태양광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웅진조차 폴리실리콘 사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국내 태양광 기업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시장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산업 전반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으로 굳어질까 하는 점이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사양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매년 설치량이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 침체에다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마저 확대돼 투자 위축 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태양광 역시 '기업은 실적으로 말한다'는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실적이 모든 의사결정의 판단 근거는 아니다. 태양광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산업은 투자 대비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면 태양광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렛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태양광 발전업체 퍼스트솔라가 진행하는 토파즈 태양광 발전시설 지분에 우리돈 2조2636억원 가량을 투자했고,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도 탈원전을 주창하며 일본 전역에 10개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1조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태양광이 최대 25년 동안 장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손 회장은 원전의 대체 에너지로서 태양광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공장 가동에 들어간 지 갓 2년을 넘긴 웅진폴리실리콘이 매각 위기에 처한 것을 보면서 씁쓸해지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버핏과 손 회장이 주목한 두 가지의 장점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관련 산업이 사장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래도, 내일 해는 뜨잖아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멀리 내다보면 태양광이 분명 신재생에너지의 핵심 에너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얘기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내일 태양이 뜨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태양광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가 자기최면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산업임을 증명하고, 자구책 마련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태양광 기업에 투자자금을 빌려 준 금융권 등 투자자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산업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양광 기업을 단기적 이익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면, 국내에선
OCI(010060)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업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태양광은 여전히 성장을 위해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긴장감도 가져야겠지만, 동시에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도 발휘해 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