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재계가 투자와 고용을 유지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규제 완화 조건부를 제시하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투자와 고용 유지라는 정부의 절박한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동도 함께 요구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30대 그룹 기획·총괄 사장단은 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각 그룹이 올초 내걸었던 투자와 고용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육현표 삼성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삼성의 경우) 고용과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경쟁력 지원을 위한 법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세법이 재개정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김영기
LG(003550) 부사장 역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관련 법안이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제도 안에서 신기술들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과밀화 방지를 위해 공장 신축과 증축 등을 금지한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높이거나 수출입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식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19대 국회를 중심으로 입법화가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육 부사장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홍석우 장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면 경제민주화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러 얘기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력 집중 완화와 재벌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의 근본 취지와 상반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다.
한편 30대 그룹은 151조원대의 투자와 12만명의 고용 등 올 초 발표했던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경부가 30대 그룹의 투자와 채용 규모를 취합한 결과 상반기 투자액은 69조1000억원, 고용 규모는 6만2500명 수준이었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이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핵심설비와 원자재에 대한 관세 감세 등을 홍 장관에게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