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을 반박할 결정적 자료를 갖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기치 않은 것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법조계 등에서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취재기자가 나와있습니다.
황기자? 삼성전자가 특허청에 제출했던 디자인 도면이 아이폰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기자: 네, 사실입니다. 삼성은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갤럭시S와 상당히 디자인 도면을 아이폰 출시 6개월전에 특허청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특허권은 그로부터 3년뒤인 2010년에 소멸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애플과의 본안소송에서 패소 평결을 받았는데요. 소송과정에서 애플은 삼성의 내부문건까지 공개해가며 삼성을 '카피캣'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아이폰 이전에 개발했던 제품 F700의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삼성도 원래 이런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이 이보다 더 공신력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1월보다 6개월전에 제출된 스마트폰 디자인이 갤럭시S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2010년 10월에 특허권이 소멸되기는 했지만 엄연히 특허출원일과 등록일 등이 공공기관 자료로 명시돼 있는데, 이를 법정에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상당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삼성이 특허청에 등록한 디자인이 얼마나 비슷한가가 관건일텐데, 사진을 함께 봐야 좀 더 확연히 알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에 특허청에 출원 신청한 디자인 도면입니다. 둥근 모서리 형태의 직사각형 외관에다 전면 대형 디스플레이(LCD)를 통한 터치패드 등 입력방식도 똑같습니다. 게다가 홈버튼 위치를 양쪽에 날개처럼 배치시킨 디자인도 갤럭시S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선후 관계로 따지면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삼성이 먼저 개발을 완료하고 특허까지 출원한 것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자료가 애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카피캣'이란 모욕을 딛고 '창조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핵심자료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앵커: 저도 상당히 궁금해지는군요. 왜 이런 증거자료를 가지고도 본안 소송에서 쓰지 않았을까요?
기자: 일단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문의에 답변을 피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국제 특허를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및 변리사들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인데요. 일각에서는 삼성이 관련 특허의 존재 유무조차 몰랐을 가능성, 혹은 추후 제기될 책임공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삼성이 그 당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보입니다. 기능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디자인은 중요성이 이렇게까지 부각될 줄은 몰랐고, 결국 이것이 결국 애플에게 약점을 낳는 배경이 됐다는 해석입니다. 또 삼성 내부적으로 책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 입막음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특허법 전문가는 "출원자(기업)가 유지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출원된 특허가 소멸되는 통상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은 출원자가 특허의 중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T업계의 해석도 비슷합니다. 문제의 디자인 도면이 실제 제품생산에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용성이 없는 특허라는 판단에서 방기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휴대폰 제품의 특성상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제조업체들도 한 번에 수많은 디자인을 등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네요. 미국 법정에서는 유용한 자료로 충분히 활용될만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기자: 네.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 또한 비슷한 의견입니다. 일단 특허권이 소멸된 이상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긴 어렵지만 법정에서는 충분히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본안소송 과정에서 미디어에 공개한 F700 디자인이나 소니의 내부 문건, LG전자의 프라다폰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공신력을 갖춘 증거자료가 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배심원 평결이 패소로 굳어진 상황에서 뒤늦게 등장한 이 증거에 대해 오히려 난색을 표하며 특허권 출원 및 소멸에 대해 일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삼성전자의 속사정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앵커: 앞으로 이 사안이 삼성에 미칠 파장이 커보이네요. 이 사안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기자: 만약 오는 12월 대(對) 애플 본안소송의 최종판결이 패소로 확정될 경우 법정에서 이 자료를 반박 증거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담당부서인 법무팀과 지식재산권(IP) 부서 등은 '후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포기한 디자인 특허권이 1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