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향후 40년의 중장기적인 경제정책방향 수립과정에서 남북통일을 가정한 시나리오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6일 "늦어도 다음달 중 발표할 장기전략보고서에 통일문제를 어떻게 담을 지 고심중"이라며 "통일이 되지 않았을 경우와 통일이 이뤄졌을 경우 모두를 가정해 중장기적인 정책 흐름을 그려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통일문제는 경제문제보다는 정치와 외교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축사에서 언급됐던 '통일세'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통일 항아리'도 모두 통일에 대비한 재원마련 대책이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눈에 띄는 보고서 하나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통일세 문제가 제기됐을 때에는 갑작스런 증세논의가 부각되자 추진가능성을 부인하는데 급급했다.
게다가 통일문제 싱크탱크인 통일연구원은 경제분야에는 연구포인트를 두지 않고 있으며, 기획재정부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 연구소에서도 북한의 경제상황과 남북경협 정도의 연구 외에 다양한 통일시나리오가 미치는 경제분야 영향에 대해서는 변변한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DI 관계자는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가장 전문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통일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일을 가정하기도 가정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고, 박재완 장관도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그런 상황(통일)이 온다면 재정계획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불확실성 증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말, 늦으면 다음달 초에 발표될 예정인 재정부의 중장기전략보고서에서 통일문제가 어느 수준까지 담길지도 주목된다.
통일부의 경우 오는 2030년 통일을 가정해, 향후 20년간 통일계정에 약 55조원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통일항아리를 채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 지 등은 주무부처인 재정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안개속이다.
통일의 방식에 따라 재정여건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측면도 고민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일이라는 것이 시나리오가 워낙 다양해서 어떤 정도로 통일비용을 책정해야할지, 경제 파급효과는 어떨지가 딱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 급격하게 통일이 이뤄지다보니 통일비용으로 1조6000억유로(약 2000조원)이 지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원조달방식도 독일은 지난 1991년 소득세와 법인세의 7.5%를 세금으로 추가로 거둬들이고,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재정부 장기전략국은 통일문제를 포함해 미래담론과 정책대응방향을 연계하는 중장기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준비중이다.
보고서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10월 초에는 발표한다는 것이 재정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어떤 규모로 통일의 경제적 영향력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필요재원도 달라지고, 재원 확충반안에도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통일문제를 기획재정부가 주도적인 관점을 갖고 대책을 펼치지 않으면 한국정부는 (향후 통일정국에서) 아무런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