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분당을 선언하는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의 모습은 초췌했다. 4일째 물과 소금조차도 완전히 끊는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당 대표실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
강 대표의 뒤에는 '이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 국민 여러분 통합진보당을 용서해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혈당이 60까지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정미 대변인이 전한 강 대표의 6일 혈당 수치는 65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른 침을 거푸 삼키며 '분당'을 선언했다.
강 대표는 "제 생명을 걸어서라도 막고 싶었지만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혁신의 실패와 진보의 분열을 목전에 두고 대표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는 것이 참으로 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제 책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이 모든 것이 제 탓이다. 통합진보당을 용서해주십시오"라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이어 "물과 소금까지 끊는 단식으로 마지막 기적을 만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제 더 이상 그 기적을 희망할 수 없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지푸라기 같은 한 가닥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온 힘을 써서 잡고 있던 그것을 이제는 놓아야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그동안 분당을 막기 위해서 ▲구 당권파의 백의종군 ▲중앙위 폭력사태 관련자들의 사과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진사퇴를 제안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구 당권파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중앙위 폭력사태 사과와 더불어 대선출마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을 뿐 강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강 대표는 전날 이상규 의원, 유선희 최고위원, 이의엽 전 공동정책위의장을 만나 합의를 시도했으나 여지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이정미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대표님의 거취는 조만간 저희들(진보정치 혁신모임)과 상의해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실질적 분당 선언을 한 것이니까 이후의 절차들을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 대표는 분당을 막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대국민 사죄의 의미로 물과 소금을 완전히 끊는 목숨을 건 단식을 계속 이어가기로 해서 주변의 우려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 대변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셔야 할 상황"이라며 "주변에서 말리고 있는데 대표님의 사죄의 뜻이 확고하시다. 단식이 마무리가 되면 거취 문제를 말씀하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