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삼성 직원이 이재현 CJ회장을 미행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4명에게 벌금 1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이 스스로 "답답하다"고 할 정도로 미행의 경위와 미행 결과를 그룹에게 보고했는지 등에 대해 속 시원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해 앞으로도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6일 CJ측이 "삼성측이 이 회장을 조직적으로 미행했다"며 삼성관계자를 업무방해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이모씨 등 4명에 대해 각각 벌금 1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올 2월 9일부터 이 회장의 벤츠 승용차에 대한 미행을 계속해 왔다.
CJ측에서는 같은 달 20일 이전까지는 삼성 직원들이 미행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으나, 이 회장의 승용차를 따라온 오피러스 승용차가 CJ본사 인근에서 대기중인 것을 이 회장의 운전사가 수상하게 여기면서 비로소 미행을 의심하게 됐다.
CJ측은 다음날인 21일 삼성측이 그랜져 승용차로 차량을 바꿔 이 회장의 승용차를 미행하기 시작하자 이 회장을 따르던 수행차량이 급정차해 그랜져 승용차의 진행을 막아 삼성측의 미행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씨 등이 이 회장에 대한 미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이 회장 주변의 CCTV 영상과 이들이 사용한 개인핸드폰 및 대포폰 기지국 위치 등에 의해 이들이 이 회장을 미행한 사실을 적발해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 감사팀 직원인 나모씨가 대포폰 5대를 구입한 뒤 미행을 실행한 삼성물산 직원 4명에게 나눠줬고, 나머지 1대는 '나씨의 상관으로 보이는 성명불상자'와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대포폰을 사용한 '성명불상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성명불상자가 주간에는 주로 서초동 삼성타운 부근에서, 야간에는 분당 등지에서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그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밝히는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또 나씨가 위치추적기를 구입해 사용한 것도 확인했지만, 위치추적기 사용 흔적을 확인한 결과 위치추적기의 동선과 이 회장의 동선이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외에도 대포폰이 사용된 위치 부근의 삼성 임원 등을 조사했지만 미행 결과를 보고받은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삼성측은 미행을 안했다고 주장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한다"면서 "미행의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동차로 따라다닌 행위만으로는 업무방해죄의 요건에 해당하는 '위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없어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CJ측에서 미행 사실을 알고 이를 따돌리려 했음에도 삼성측이 미행을 계속한 부분에 대해서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을 적용해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4명에게 벌금 1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