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우리나라 신약개발 연구수준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2'(Bio Korea 2012) 행사 중 하나인 '제19회 HT(Health Technology) Forum'에서는 '항암신약 연구개발의 산·학·연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현장토론이 열렸다.
제약·의약·바이오 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항암신약 연구개발에 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산·학·연의 네트워크와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 산·학 간의 병목현상, 원활한 연계시스템으로 해결해야
이날 개회사 연사로 나선 이왕재 HT포럼 공동대표는 "항암신약과 치료에 대한 현장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현재 우리나라가 신약개발에 투자해 온 금액은 지난해 약 4300억원 정도로 많지 않은 규모며 전체 투자액 중 특허로 회수한 돈은 1.4%에 불과한 안타까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연간 400편의 논문을 내는 등 수준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며 "이럴 때일수록 산·학·연과 적극 협력해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신약개발 투자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항암치료 개발에 관한 산학의 연계 연구는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성훈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분자의학바이오제약학과 교수는 "대학의 연구방식은 혁신적이지만 실용화가 부족하고 산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투자하지 않아 정부와 대중의 반응은 점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내부에 설치한 스파크(SPARK)라는 기관을 통해 신약개발(Drug Discovery)과 관련된 대학연구소와 산업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자유토론을 하고 좋은 아이템을 공유한다"며 산·학의 원활한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구의 우수성만큼이나 산업과 학술계 간의 연계시스템이 중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연구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환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도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학계와 산업계간의 근원적 시각 차이"라며 ▲대학·정부 주도의 산학협력 추진에 대한 무관심 ▲대학·연구소의 표적 및 물질에 대한 사업적 가치의 평가절하 ▲기업연구소의 영세성에 의한 초기 후보물질의 개발 부진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할 점으로 꼽았다.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제19회 HT(Health Technology) Forum'에서 연구개발의 산·학·연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현장토론이 진행됐다.
◇신약개발, R&D 데이터 분석과 '선택과 집중' 필요
이날 포럼에서는 원활한 연계시스템만큼이나 항암치료 개발을 위한 R&D 분야의 중요성도 적극 논의됐다.
남수연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Translation R&D' 개념을 소개하며 "신약개발을 해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인 'Translation R&D'를 통해 신약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이를 위해 임상시험을 하고 난 후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사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임상시험의 횟수는 많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고 이것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아 항암 신규약 개발이 어렵다"며 "화이자,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소규모 임상시험이지만 차이점과 특성을 잘 저장해 임상데이터를 다시 랩(Lab)으로 가져가 사후발전을 위해 사용한다"고 예시했다.
남 소장은 "특히 항암제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80조원 규모를 육박하며 질환분야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라며 "전세계적으로 연간 25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3000여개의 항암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도 "스위스 제약기업 노바티스(Novartis)의 경우 매년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며 "이는 나중에 실제로 상업화가 됐을 경우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영환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은 "학계 대부분의 연구자는 신약 연구와 개발에 전문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며 "신약 개발의 전문적 자문을 얻을 수 있도록 임상의학자, 제약업계 전문가 등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식품의약청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관계자와 참가자들 간 패널토론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