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석유화학 업체들이 세계 경기침체, 원가압박 등 악재가 가중되는 가운데 고부가 특화 제품군 생산을 강화하며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에 가중되는 어려움은 실적에서 확인된다. 업계 선두기업인
LG화학(051910)은 올해 2분기 5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50억원에 비해 35%나 급감했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LG화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석유화학업계가 공통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배경에는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에틸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압박, 중동산 저가제품의 점유율 확대 등의 사정이 있다.
에틸렌가격은 지난 2011년 4분기 톤당 1000달러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1300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국내 업체의 원가보다 30% 정도 저렴한 중동산 석유화학 제품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외적 위험요인에 고스란히 노출되자 석유화학 업체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카드로 적극 활용해 자구책을 마련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LG화학, 탄탄한 기본기로 부가가치 높인다!
업계 1위인 LG화학은 기존 제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엘라스토머'다.
이 제품은 폴리에틸렌계 합성수지로 자동차용 범퍼의 충격보강재, 신발 바닥의 탄성이 있는 부분, 건물의 소음을 줄이는 차음재 등에 쓰인다.
엘라스토머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국제 거래가격이 톤당 2000달러 수준으로 범용 폴리에틸렌 제품보다 약 30% 이상 높은 값을 받는 수 있다.
더구나 범용 제품보다 기술 장벽이 모두 높다는 점도 엘라스토머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다. 제조기술은 현재 LG화학을 비롯해 미국 다우케미칼과 액슨모빌, 일본 미쯔이 등의 업체만이 보유한 상황.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LG화학은 지난 2008년 6만톤 규모로 생산을 시작한 이후 증설을 통해 현재 총 9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은 2008년 약 100억원에서 5년 만에 1000억원 규모로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전세계 시장규모는 현재 2조원 남짓이지만, 오는 2015년에는 3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등 LG화학은 엘라스토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낙점했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과 연계한 고부가 제품에 주목
한화케미칼은 태양전지, 전선 코팅 등에 사용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로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에 나섰다. EVA 역시 LG화학의 엘라스토머처럼 에틸렌 베이스로, 비닐 아세테이트의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EVA는 투명성, 접착성, 유연성 등이 우수해 발포용(신발 밑창), 코팅용, 전선용, 핫멜트(접착제), 태양전지용 시트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된다.
특히 이 제품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원가가 비슷하지만 20~30% 정도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격 하락폭이 적다는 점에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엘라스토머처럼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현재 미국 듀폰, 일본 토소 등 일부 업체들만 생산에 나서는 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화케미칼은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을 하는 태양광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여 EVA에 대해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태양전지 시트용 EVA는 고함량 일수록 투명하고 접착력이 뛰어난데, 이는 한화솔라원의 태양전지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화케미칼에서 생산한 EVA 수지를 한화L&C에서 시트로 만들고, 이를 한화솔라원의 태양전지에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룹 내 안정적인 비즈니스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화케미칼은 EVA 등 특화제품의 비중을 2009년 12%, 올 상반기에는17% 등 향후 지속적으로 비중을 늘려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굳힌다는 방침이다.
◇금호석화, 연평균 6% 성장 SSBR에 ‘눈독’
금호석유화학은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를 집중 육성해 고무부문 세계 1위를 견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SSBR은 친환경 타이어의 핵심 소재로 차세대 합성고무 제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금호화학은 기존 합성고무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 특화제품인 SSBR 생산능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오는 11월 유럽연합(EU)를 시작으로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도입되는데 부응하기 위해서다.
타이어 라벨링제도란 타이어의 연비 개선과 성능에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유럽에선 11월, 우리나라에서도 12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은 친환경 타이어를 앞다 퉈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12월까지 기존 SSBR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2만4000t에서 8만4000t으로 3.5배 확대하는 등 오는 2020년까지 SSBR부문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SSBR 증설에 발벗고 나선 것은 이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6%씩 성장하며 약 7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다.
이처럼 각 사별로 이색 특화 제품군 확보에 나선 것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황규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럽경기 불황으로 유럽으로 가야 할 중동산 저가 범용제품들의 아시아시장 유입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고부가 특화제품으로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기업들은 앞으로 기업 특성에 맞는 특화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의 차세대 주력제품인 엘라스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