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저축은행이 표류하고 있다.
부실사태로 세 차례의 구조조정 이후 이번에는 정치권이 저축은행의 서민금융기관 역할 수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뢰회복과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명칭변경 이라는 지협적 문제로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저축은행은중앙회는 수장인 회장 선임도 대선이라는 정치권 일정 때문에 연말까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난시대'다.
◇저축은행 명칭변경..신뢰회복에 발목잡기
25일 저축은행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신용금고로 바꾸려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저축은행을 우량한 금융기관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어 금융이용자의 혼란을 예방하려면 과거의 상호신용금고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저축은행을 우량금융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오히려 다시 일어나야 할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은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인기에 영합한 사소한 법안 개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부담..저축은행중앙회장 공백 장기화 우려
저축은행업계를 추스르고 이끌어야 할 저축은행중앙회 수장 선임도 정치권 일정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1차 후보 추천에 아무도 접수하지 않았고, 2차 회장 추천에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도 지원을 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다른 후보 한명도 지원했지만 회장후보 자격에 맞지 않아 선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선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정권이 바뀌면 유관기관인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수 개월만에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후보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정권 말이어서 임기가 몇 개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잘못하면 회장 공석인 상태가 올 연말까지 갈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감독규제 강화와 먹거리 부재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제동을 걸면서 저축은행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들의 잘못이 큰 상황이어서 새로운 먹거리를 요구하기보다 버티기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치권에서 흔들어버리고 있어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규제는 '강화'..먹거리는 '부재'
실제로 저축은행의 감독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서민금융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먹거리는 전무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대주주나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조건 이외에 개인 인성까지도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인 데다, 앞으로는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당국이 즉시 주식처분 명령도 내릴 수 있게 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저축은행 건전경영을 위한 추가 제도개선 방안’ 때문이다.
은행수준으로 까다로워진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으로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시장도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영난으로 퇴출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영업에 대한 규제로 영업은 위축되고 마땅한 먹거리가 없어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상위 10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영업환경이 어려워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추가 퇴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적기시정조치 대상도 BIS비율이 5%에서 7%로 상향 조정돼 자산건전성도 강화, 자본확충을 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면이다.
저축은행 추가부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도 대책 발표 계획을 내놨다.
김석동 위원장은 24일 “불완전판매 예방장치를 마련한 뒤에 저축은행이 펀드판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영업기반 확충을 위해 할부금융업을 허용하는 내용도 법안에 반영돼 국회에 제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판매나 할부금융업 등은 대형저축은행에게만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펀드판매 등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등에만 가능할 것”이라며 “자격을 갖춘 인력과 창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중소형사들은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