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투자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핵심 수익지표인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기업금융(IB), 자기매매 등 4대 부문의 전망도 어두운 게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26일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경영자 조찬회에서 초청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높은 변동성과 ▲금융업권 간 불균형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금융규제 강화 ▲시장점유율(M/S) 확대를 위한 과도한 경쟁 등이 그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단기 해결방안은 없다”면서도 “시장과 산업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을 수요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응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역할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주식매매패턴의 상관관계는 -0.95로 거의 완전한 반대포지션이다. 기관투자자는 보통 외국인 대규모 주식매도를 받아주는 주체로 충격을 흡수해주는 시장안정기능을 가진다. 다만 현재 기관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의 자본시장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며 “퇴직연금기금 등 새 기관투자자의 육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장기 운용이 가능한 펀드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선진국 권고수준(30~35%)에 못 미치는 10%대인 현 상황에서 퇴직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 회장은 “2053년 국민연금 재원고갈이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국내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401k제도,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제도 도입 등을 선진 사례로 손꼽았다.
그는 “미국과 호주, 싱가폴 등 펀드 선진국의 경우 퇴직연금을 통해 근로자들이 펀드에 투자한다”며 “퇴직연금은 장기 펀드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직접 규제에 대해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이 과거에 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제에 비해선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시장과 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과 자본시장 인프라개혁·투자자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건전한 수요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당부다.
업계 스스로 투자자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 회장은 “수수료나 M/S경쟁은 지양하고 수익구조 차별화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금융상품 개발을 통한 시장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