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양사가 제품 본연의 경쟁력보다는 소모적인 숫자 경쟁으로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에 대한 질타다. 이 와중에 소비자들의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양사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한층 싸늘해졌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진흙탕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D TV를 놓고 감정 섞인 막말까지 내놓았던 양사는 최근에는 냉장고 용량을 주제로 진실게임에 돌입했다. 광고전은 마케팅을 넘어 허위·과장광고 시비를 불러 일으키면서 법정 제소로까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프리미엄 초대형 시장을 주도하는 긍정적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경쟁의식에 제살 갉아먹기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왔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은 뒷전에 두고 국내에서 상호비난에 열중한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지난 24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용량비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두 차례에 걸쳐 자사와 LG전자의 신형 대형냉장고에 물과 참치캔, 음료캔 등을 넣어 용량을 실측한 뒤 이를 토대로 LG전자 냉장고 용량보다 자사 제품이 우위라며 허위광고로 소비자들을 우롱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반박, LG전자의 재반박이 더해졌고, 여기에 기술표준연구원마저 가세되면서 진실 공방은 한층 가열됐다.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에서 정작 소비자는 온데간데 없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다. 양사의 법정 소송전은 제품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OLED 핵심기술과 인력을 빼갔다며
LG디스플레이(034220)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 TV와 세탁기 광고의 허위여부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양사의 지나친 법적 공방에 국내 소비자들은 ‘누구 말이 진실인지’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는 “소비자들의 입장은 아랑곳 않고, 양사 간의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숫자싸움만 벌이고 있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삼성과 LG는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상대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를 신뢰하고 제품을 구입하는데, 양사가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기업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제품 용량 표기가 못 미더우면 별도의 공인기관에서 KS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공개 검증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양사가 자제를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