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논란부터 '법정관리'까지..시련의 극동건설

1970년대 해외건설 붐 주역..극동건설의 전성기
2003년 론스타에게 인수..'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
또 다시 법정관리..기업회생여부 이젠 법원 몫

입력 : 2012-09-27 오후 1:55:02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그 당시 저희 회사가 얼마나 잘 나갔냐면 취업생들이 현대건설과 극동건설 모두 합격하면 극동을 선택할 정도였어요. 그 당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극동건설의 전성기를 회상하며 끝내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던 한 직원의 얘기다. 이렇게 직원들의 가슴에 한을 심으며 극동건설은 심각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 두번째 시련을 맞게 됐다.
 
지속되는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번의 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동건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쇄부도를 우려해 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016880)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웅진그룹 전체가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1970년대 해외건설 붐 주역..극동건설의 전성기
 
65년의 역사를 가진 극동건설은 1947년 대영건설로 창립해 1953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지난 1950~1960년대 전후복구사업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해외건설 붐을 주도했다.
 
이후 1986년 동서증권을 인수하는 등 금융업까지 진출하며 재계 30위권에 들어서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정은 극도로 악화됐다. 금융권에 진출한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결국 동서증권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채 1998년 3월 극동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첫번째 시련을 맞게 됐다.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극동건설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실행한 극동건설은 6년만인 2003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특히 같은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새주인으로 맞으며 부활을 꿈꿨다.
 
하지만 론스타와 극동건설의 인연은 길게 가지 못했다. 이후 4년 뒤인 2007년, 극동건설은 다시 웅진그룹에게 넘어갔다. 특히 당시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기업가치의 3배 수준인 6000억원에 인수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윤석금 웅진회장이 6000억원을 들여 극동건설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며 "당시 건설업 자체가 고점을 찍고 내리막을 향해 하고 있던 때라 거의 끝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효과 증대 등을 꾀하며 부활을 시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며 무산되고 만다.
 
특히 주택개발사업을 위해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여기서부터 극동건설의 2차 시련이 시작됐다.
 
◇또 다시 법정관리 신청..기업회생여부는 법원 몫
 
올들어 웅진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021240) 매각을 시도하는 등의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꼼수 논란으로 웅진그룹의 이미지는 나빠졌고,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돼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또다시 법정관리를 선택해야만 했다.
 
실제 극동건설은 상반기 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전되는 듯 보였으나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부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상반기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4164억원으로 6개월 사이 751억원 늘었고, 앞으로 1년 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도 534억원으로 466억원이나 증가해 독자적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웅진그룹측은 고강도 자구책을 통한 조기 정상화와 채권자,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호 웅진그룹 홍보팀장은 "먼저 고객과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며 "법원의 관리를 받으며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택시장 불황속에 14년만에 두번이나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극동건설의 현실이 `법원도 만원`인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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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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