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기름값 상승 부추김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석유 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좌초됐다.
일부에서는 석유제품 이해 관계자와 업계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7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3차 예산심사까지 통과된 석유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사업 예산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갑자기 무산됐다.
가짜석유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기 예산 지원이 멈춰 지면서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석유 수급보고 전산시스템.."영업침해" vs "가격과 무관"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은 주유소에서 들어오는 유류 수입량과 매출량 등을 포스(POS) 단말기를 통해 기록한 후 1일 단위로 한국석유공사 등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한국주유소협회가 1개월 단위로 전국 주유소의 유류 매입과 매출량 등을 수기로 기록해 한국석유관리원에 보고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하루 단위로 물동량을 파악하면 가짜석유 유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면세유 등에서 위조하는 것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 동안 전산 시스템에 대해 주유소협회는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고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협회 관계자는 "기업 영업활동의 핵심적인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엄연한 영업 기밀 침해"라며 "자유 시장 체제에서 이런 억압은 말이 안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석유관리원 한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을 통해서는 물동량만 보는 것이지 가격 부분은 볼 수 없다"면서 "영업 기밀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전산시스템을 적용토록 하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한 예산은 총 388억원이지만 1차적으로 내년에 77억원을 투입하는 안이 상정돼 있었다.
◇이번에도 업계 로비에 '발목'?
재정부의 예산 심사에서 3차까지 통과됐던 안이 무산되면서 이번 전산시스템이 이해관계자와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가짜석유 관련해서 개선 실적도 좋고 전산 시스템을 통해서 획기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것에 공감대가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재정부가 주유소협회 등 다른 쪽 이야기를 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실장 주재로 예정에 없던 회의가 열렸다고 들었다"면서 "이날 회의에서 이 예산안만 무산되면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전에도 지경부가 석유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 방안'과 석대법 개정안, 대리점 공급가격 공개 등이 나올 때마다 관계자들의 반발과 로비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이번 예산안도 사실상 무효화되자 석유관리원과 지경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산이 왜 무산됐는지 재정부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면서 "지경부로서는 아쉽지만 재정부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둘러싼 '로비설'에 대해 일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 관련해서 공무원을 만나지 민간을 만나지는 않는다"면서 "규제 정책이다보니 민간에 이 정도 수준의 규제가 합당한지에 대한 의견이 내부적으로 많이 오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총리실의 규제개혁심사위원회의 규제심사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돈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예산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