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강원도 원주에 사는 K(여)씨는 지난 9월 한 사금융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다 낭패를 봤다. 9월 초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H캐피탈의 광고를 보고 대출을 신청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급전이 필요했던 K씨에게 H캐피탈은 300만원을 수수료로 입금하면 1000만원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백만원대의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K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H캐피탈은 K씨가 직접 10만원을 들여 대부업등록을 하고 대부업등록증, 통장, 현금카드 등을 만들어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K씨는 이를 받아들여 직접 D캐피탈을 등록했다.
그러나 결국 K씨는 대출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송에 휘말리는 처지가 됐다. K씨로부터 관련 서류를 넘겨받은 H캐피탈이 D캐피탈 명의로 9월말부터 한 달간 생활정보지에 대출광고를 냈고, 대출희망자 14명을 속여 모두 24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챙긴 뒤 달아났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해 사금융업체와 연락했던 K씨는 대출은커녕 명의를 도용당한 채 다른 대출사기 피해자와의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최근 이같이 교묘한 수법으로 대출희망자의 정보를 도용하는 방식의 신종 대출사기가 늘어나고있어 금융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최근 생활정보지에 신용대출 광고를 낸 뒤 대출신청자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아챙겨 잠적하는 수법의 대출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같은 수법을 이용하는 사금융업체들은 대출신청자에게 은행권 대출중계를 빙자해 대출금의 10~15% 수준의 수수료 선납을 요구한 뒤 이를 받아챙겨 달아나는 수법을 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K씨의 사례처럼 대출신청자가 직접 대부업등록을 하도록 한 뒤 관련 서류를 받아 대출신청자의 명의를 도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경우 사기업체들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있기 때문에 검거가 어렵고, 결국 명의대여인이 또 다른 대출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사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대부업등록증, 현금카드, 휴대폰 등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대부업등록증 명의 대여는 위법행위로, 명의대여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중개수수료나 선취이자를 요구하는 업체 역시 대부분 사기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절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상담센터나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사기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대출중개업체 정보와 송금내역서 등을 확인한 뒤 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K씨가 직접 등록한 D캐피탈의 실제 지면 광고. H캐피탈은 D캐피탈 대출광고를 생활정보지 등에 게재해 대출희망자를 유인한 뒤 수수료를 받아챙겨 달아났다. D캐피탈은 K씨 명의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K씨는 현재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사진=금감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