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증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불황(不況)’의 무게가 가볍지 않게 느껴지고 있는 요즘이다. 통상 증시는 경기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시장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됐고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증권업계는 어려운 경기 속 불안감이 팽배해 투자전략을 세우기 힘든 이때, 추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어떤 종목에 집중해야 할지 방법을 제시했다.
◇동양증권: 불황, 소비 그리고 레트로(Retro)
일반적으로 경기 불황은 복고와 일맥상통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불황기에 복고를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심리적인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따뜻하고 즐거웠던 기억의 단편을 되새기면서 위로 받고 싶은 욕망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더욱 강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펜실바니아대 교수이자 긍정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도 ‘무기력은 긍정의 심리를 통해 극복한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또 한가지 이유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유행은 빠르다. 지금의 20대 라면 이러한 빠른 변화에 익숙하겠지만 30대 하더라도 따라가는데 피로를 느낀다.
유행가를 듣고 요즘 유행하는 개그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새로 나온 전자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문화와 문물의 향유가 편안함을 해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복고는 다르다. 복고가 유행하던 시절 현 기성세대들은 그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당시의 문화는 지금의 그것 보다 친숙하다. 대외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불황기에 추가적인 스트레스 없이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복고’다.
최근 이러한 복고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써니’와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극장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케이블TV에서는 ‘응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으며, ‘세일러문’,’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같은 과거의 만화 영화들이 재상영 되고 있다. 홍대와 강남에 위치한 ‘밤과 음악 사이’라는 술집은 주말 밤이면 입장하기 위해 줄이 늘어선다. 패션 업계에서는 90년대 필수 아이템이었던 청-청 패션과 통 큰 힙합 바지, 이스트팩 가방 등의 아이템이 다시 유행을 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라는 상황적 인식과 때를 맞춰 형성되기 시작한 복고 열풍을 반영할 수 있는 투자전략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는 판단이다. 복고 열풍이 가장 빨리 반영될 수 있는 분야인 의류 관련 종목들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최근의 복고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는 방송 컨텐츠 관련 종목들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증권: 체계적 위험에도 견고한 저(低)베타 전략
국내와 글로벌 증시가 현재 기간조정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이 연장되어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경기 부진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 영향으로 3분기 실적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시를 이끌어갈 강력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시장위험에서 자유롭고 개별주식 고유의 요인에 의한 주가반응이 더 큰 종목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체계적 위험은 통상적으로 베타(β) 계수로 표현되며 절대값 기준으로 1보다 높은 고(高)베타종목은 증시의 방향성에 위로든 아래로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저(低)베타 종목은 증시의 방향성과는 상당히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2011년 이후 국내증시에서 베타의 수준에 따라 분류한 종목군 각각의 누적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역시 고베타 종목군은 KOSPI 지수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저베타 종목군은 2012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였고, 하반기에는 오히려 고베타 종목군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12년 하반기에 진행중인 저베타 종목군의 수익률 강세는 CAPM의 기본논리와 상반된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베타관련 ETF를 보아도 2011년 10월 이후 고베타 ETF는 변동성은 크지만 저베타 ETF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저베타 ETF는 고베타 ETF에 비해 수익률은 다소 낮았으나 상당히 안정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증시에서 나타나는 저베타 종목군의 강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징으로 인하여 글로벌 경기모멘텀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내수시장이 큰 미국과는 달리 좀 더 강하게 반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도를 낮춘 결과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증시를 이끌어갈 모멘텀이 부재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체계적 위험, 즉 시장위험에서 자유롭고 펀더멘털이 견조한 저베타 종목이 당분간 시장대비 안정적인 수익률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대신증권: 중소형주를 둘러싼 우호적 환경은 지속된다
코스피의 조정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방어주, 대안주 찾기가 한창이다.
대안주의 한 가운데 중소형주가 놓여있다. 7월25일 이후 코스피는 9.2% 상승한 반면 중소형주는 12.7%, 소형주는 14.7%, 코스닥은 14.2% 상승하면서 중소형주는 대형주 대비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정점을 찍은 2011년 5월 이후 중소형주의 짧은 랠리는 있었지만 시세의 연속성은 부족했다. 3개월간의 랠리를 통해 중소형주는 이미 박스권 상단에 근접해 있다. 또한 코스피가 급격한 가격조정이 나타난다면 과거 패턴상 중소형주도 위험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조정이 크지 않은 코스피의 비추세 국면에서 중소형주는 유독 강했다. 또한 주도주 교체 국면의 공백을 채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2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세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한다.
불안해지는 거시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대형주들에 대한 이익전망 개선은 어렵다. 불확실성이 다시 확산돼서 선진국들이 더 큰 정책을 다시 꺼내들기까지는 모멘텀 부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에 불리한 환경, 중소형주의 인기, 경기불안, 그리고 대선 등의 변수들이 지칭하는 것은 중소형주와 경기방어주로 몰리는 대안주 장세가 더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새 정책과 대안을 기대할 수 있는 연말까지는 이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