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재벌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1165개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70%를 넘는 곳이 무려 211개사에 달했다. 비율로는 18.1%에 해당한다. 또 2010년과 대비해 이 같은 계열사가 21개사 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중 매출액 전부를 내부거래에 의존한 계열사도 56개사로 조사됐다. 2010년 48개사에서 지난해 56개사로 1년 사이 8개사가 늘었다.
특히 이들 모두 비상장사인 것으로 드러나, 비판과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은 이 기간 4곳에서 6곳으로, LG는 3곳에서 5곳으로, 현대차는 2곳에서 3곳으로 각각 늘었다. 삼성그룹에서는 지난해 매출 1810억원을 기록한 삼성종합화학을 비롯해 매출액 1053억원의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가 내부거래 비중 100%였다.
재계 서열 10위 이내를 차지하는 재벌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여타 그룹사들에도 전이됐다. 같은 기간 영풍과 STX는 내부거래 비중 100%를 차지하는 계열사가 1개사에서 4개사로 3곳이 늘었으며, 코오롱과 동국제강도 각각 2곳씩 증가했다.
범위를 넓혀 내부거래 비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현대(0→5개사)와 한진(8개사→13개사)이 각각 5곳씩 증가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내부거래 비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수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21개사로 가장 많았다. GS(20곳)를 비롯해 SK(16), CJ(15), LG(14), 한진(13) 등 10대 그룹 대부분이 10곳을 넘었다.
내부거래 계열사 수가 늘어난 만큼 내부거래 총액도 급상승했다. 이들 30대 재벌그룹의 2010년 내부거래 총액은 128조1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62조3000억원으로 26.7%(34조2000억원)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율도 같은 기간 12.55%에서 13.77%로 1.22%포인트 상승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들이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면서 "특히 비판과 감시가 적은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비상장 계열사에 내부거래가 집중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견제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상장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공시 등을 통해 다양한 통로로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는 반면 비상장사는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일감 몰아주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