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환율 하락, 오히려 물가 안정에 도움 될 수 있다"

현재 환율 레벨 수출에 타격 입힐 수준 아니다

입력 : 2012-10-17 오전 8:53:25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무섭다. 최근 나흘 연속으로 하락한 환율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수출 경쟁력이 약화돼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현재 환율 레벨은 수출에 타격을 입힐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국 양적완화·신용등급 상승..하락세 지속
 
16일 원·달러 환율은 1107.2원에 거래를 마쳐 또 다시 연저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0월31일 111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추락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2년 3분기 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11.4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말 원·달러 환율도 1434.8원으로 2분기 말 1442.9원보다 8.1원 하락했다.
 
한은은 "7월 중 외국인 자금 유입과 유로존 정책 당국자들의 위기해결 의지 표명으로 하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이 9월 중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프로그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및 일본은행의 완화정책 발표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국내 유입 기대 등으로 연저점까지 추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해외 자본 유입 가능성이 증대된 점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조정한 이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수출이 줄고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 "수출 타격 입힐 수준 아니다..물가 안정에 도움"
 
원화강세가 이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수출기업이다.
 
수출 업체들은 가뜩이나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가중될까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수출이 더 위축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함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이 수출에 타격을 입힐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원·달러 환율 수준은 1000~1050원 사이"라며 "현재 환율 레벨은 직접적으로 수출을 저해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수출과 환율의 관계를 보려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제품과 가장 크게 경합하는 일본의 엔화 가치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원·엔 환율이 1400원대로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가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언 유진선물 연구원은 "유로존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고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태라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국내 수출 부진은 환율보다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각국의 경기부양 조치로 에그플레이션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환율 하락으로 물가상승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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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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