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정치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그가 내린 진단과 해법에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를 강조, 고강도의 혁신 카드를 꺼낸 점이 주목된다.
◇安과 단일화 탄력 붙나?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책임총리 언급
문재인 후보는 2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새로운정치위원회 1차회의를 갖고 "기초지역 의원의 정당 공천은 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역주의 정치구조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심각한 폐단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여성의 기초의회 진출확대를 위해 정원의 20% 정도는 정당 투표를 통한 여성 비례대표 몫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앞서 안철수 후보가 정당 개혁을 위해 "최소한 시군구 의회의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문 후보가 일종의 화답을 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과 '입당 압박'의 대치를 보였던 양측이 접점을 찾음으로써 단일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문 후보는 "정치가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라면서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갖지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이 공동정부론과 책임총리제 등의 권력분담안을 통한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달 10일에 나오는 안 후보의 총괄 정책공약집에, 문 후보의 정치혁신안과 교감되는 지점이 많을수록 11월25일 시작되는 후보 등록일까지 단일화의 전망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지역주의 타파 의지 천명
문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선거구제 개편 및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부분도 눈에 띈다.
문 후보는 "정치권 전체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면서 "우리 정치가 놓지 않는 기득권의 핵심은 바로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조다.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지속시키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지역주의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면서 "적어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의원과 정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왜곡되기 쉬운 선거구 획정을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소선거구제로는 극복이 요원해 보이는 지역주의를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림으로써 정치지형을 바꿔보자는 맥락으로 읽힌다.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서 "정치개혁 과제들에 대해 동의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함께 입법할 것을 제안한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석수 300개 가운데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를 최소 100석까지는 늘려서 의석배분을 하자는 문 후보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새누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구가 줄어드는 방안을 정치권이 받을지는 낙관하기 어려워 "선거구 획정을 독립기구에 맡기자. 기득권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문 후보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공산도 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독일식 비례대표제 채택을 추진해온 진보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는 모습이다.
민주통합당은 21일 열린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및 심상정 후보 출정식에 추미애 최고위원이 참석해 축사에서 "연대와 정권교체 위해서라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어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