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정치적 기반인 갈리시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시기를 오는 11월 경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난 19일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이 나오지 않은데다, 바스크 지역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민족당이 승리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갈리시아 지방정부 선거 승리의 의미
외신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21일(현지시간) 치러진 갈리시아주 지방선거에서 총 75석 중 41석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갈리시아는 전통적으로 국민당이 우세한 곳이어서 이곳에서의 승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번 승리로 라호이 총리의 긴축재정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구제금융 신청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리서치업체인 인베스틱의 경제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반대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하기는 어려우므로 구제금융 신청 시기는 오는 11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라호이 총리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구제금융 신청 여부에 대해 "EU로부터 구제금융을 신청하려는 압력을 받지 않았다"며 부인해왔다.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지원방안 놓고 '난항'
지난 19일 막을 내린 EU 정상회의에서 재정지원 문제가 난항을 겪은 것도 위험 요소다.
EU 정상들은 올해 말까지 유로존 은행 전체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은행연합 설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행연합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프랑스와 회원국의 규정위반 방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독일의 입장이 맞서면서 잡음을 빚었다.
또한 유럽안정화기구(ESM)이 은행권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독일의 반대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ESM이 직접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스페인 정부의 부채 규모는 은행권 지원액만큼 늘어나게 된다.
◇바스크 지역 민족당 승리..중앙정부와 마찰 우려
이날 바스크 지방선거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바스크민족당이 27석으로 승리했다.
제2당이 된 빌두는 분리주의 무장테러단체 ETA와 연계돼 있어 바스크 지방정부에서 민족주의자들의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바스크민족당은 독립보다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11월 25일 카탈루냐 지방 선거에서도 민족당이 승리한다면 구제금융 여부나 방안을 두고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카탈루냐는 지난 8월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라호이 반대파에서는 중앙정부가 재정 위기를 미끼로 지방 정부를 통제하려 든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브라힘 라흐바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스페인 경제에 대해 "구제금융을 받는다 해도 민간 부문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와 신용도 부실, 재정 위기 등 십여 년에 걸친 부동산 거품의 후유증에서 당분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