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나홀로 독주'..삼성전자 실적의 '명암'

입력 : 2012-10-26 오후 3:38:52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다들 환호다. 26일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열어 젖혔다는 낭보가 전해진 직후 각계에서 쏟아진 반응은 그야말로 찬사와 환호 일색이다. 장밋빛 전망도 줄을 이었다. 연간 매출 2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힘은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우려는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왔다. 그룹 전체로 보면 전자에 대한 비중, 좁히면 무선사업부에 대한 편중성이 지나치다는 지적과 걱정이었다. "스마트폰 하나가 삼성을 먹여 살린다"는 우려가 그룹 전체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임원은 "삼성의 최대 강점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무너져 내렸다"고까지 했다.
 
이런 사실은 수치로도 분명히 확인된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사업 부문별로 뜯어보면 무선사업부(IM)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 52조1800억원 중 57.3%에 해당하는 29조9200억원을, 영업이익의 경우 8조1200억원 중 69.3%에 해당하는 5조6300억원을 무선사업부 하나가 담당했다. 독주다.
 
삼성전자는 크게 세트와 부품으로 사업이 이분화돼 있다. 세트(DMC)는 또 다시 가전(CE)과 무선(IM)으로, 부품(DS)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나뉜다. 네 개의 사업부가 경쟁체제 속에서 견제와 보완을 반복하며 삼성전자라는 공룡을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힘의 균형이 적절히 배분돼 있는 탓에 삼성전자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기본적 골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5년 이내 무선사업부(과거 통신)의 매출 비중이 30%를 상회한 것은 2008년 4분기(31.3%)가 처음이었다. 절대강자 노키아에 이어 모토로라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던 휴대폰 전성기였다. 2009년 1분기 30.6%를 기록, 2분기 연속 30% 벽을 넘었지만 이내 20%대 제자리로 돌아갔다. 각 사업부가 절대적 치중 없이 균형을 갖춘 조합이었다.
 
지난해 1분기 무선사업부는 또 다시 30% 벽을 넘었다. 직전 분기 28.9%를 훌쩍 뛰어넘는 37.0%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분기엔 드디어 40%마저 돌파했다. 갤럭시 시리즈가 탄생한 제2의 부흥기였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선 50%를 육박, 심지어 60%마저 넘보게 됐다. 말 그대로 갤럭시가 이끄는 삼성전자로 변모한 것이다.
 
심화된 편중성은 위기 국면에서 절대적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경제를 지탱했던 전차(電車) 군단의 한 축인 자동차가 성장세를 반납하고 약세로 전환했다. 국가경제 전체가 삼성전자,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책임지고 있는 무선사업부만을 바라봐야 하는 기형적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삼성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성장과 한계를 전적으로 삼성전자에 의탁하고 있는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삼성, 한국경제가 제2의 소니,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 고공행진은 그 이면에 다른 성장동력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만이 아니라 우리경제 전체가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할 무거운 짐이자 숙제다. 부의 집중에 앞서 성장의 집중을 풀고, 국가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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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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