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주식시장으로 보자면 지수 300선에서 시작, 4000선 정도 진입한 것 같습니다.”
지난 26일 김철민 삼성증권 FICC(Fixed Income·Currency·Commodity) 사업부장은 현재 채권시장이 1998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10배 이상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장(場)이 좋았고 채권가도 행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IMF때 고생 않은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리먼이나 대우사태 등도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기회를 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주가 등락이 있듯 말이죠.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겁니다. 앞으로 2년 이상 저금리 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 일본사례가 닥칠까 우려되는 상황이예요.”
현재 기준금리는 2.75%. 2%대에서 1%대로 접어들면 제로(0)금리 상황은 가지 않더라도 ‘숏(매도) 전략’만으로 수익을 내긴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MF 이후 일드(yield) 커브가 바로 섰습니다. 장기채권 금리는 높아지고 초단기채권 금리는 낮아진 겁니다. 당시 장기채권을 사면 순이자마진(NIM)은 벌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평평한 상탭니다. 금리의 절대수준도 문제가 되지만 커브가 누웠기 때문에 어려운 때가 다가왔다고 보는 겁니다. 회사채와 공사채 등 크레딧물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B급 수준의 채권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상당히 붙어있기 때문이죠. 해외로 간다든지 상품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시장이 될 겁니다.”
새 성장 돌파구를 해외나 다른 사업을 통해 찾게 된 배경이다.
◇IFC 31층에 180명 투자고객 몰린 이유
삼성증권은 지난 6월 해외 홀세일즈(wholesales)와의 통합으로 기관 투자자 대상 영업 시너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홀세일(도매) 사업본부 밑에 FICC가 있고, 해외·국내 법인사업부가 속해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 고객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한데 정보구축이나 꾸준한 사업관계를 돕는 것이죠.”
‘갑(甲)’과 ‘을(乙)’의 존재가 뚜렷한 시장에서 이른바 협상 권력을 쥐었던 그가 사실상 을의 위치인 홀세일을 맡게 된 것은 회사가 준 기회라고 김 부장은 말한다.
앞서 8월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그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투자자들의 입맛을 고려한 덕분일까. 삼성증권 정기 세미나는 벌써부터 관심을 끌며 여의도 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삼성증권 국내 주식사업부가 임대한 여의도 IFC몰 31층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시중 은행과 국민연금 등 연기금, 여의도에 밀집한 자산운용사와 개인 자산가들을 초대해 주제를 달리한 세미나를 열어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는 겁니다. 특히 고객 한명이 주식과 채권 투자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예컨대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방안이나 해외국채시장, 해외 회사채·금융채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가와 직접 연결도 성사된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엔 기관·개인 투자자 180명이 몰렸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제2금융권 첫 단기 외화상품 출시로 스타덤에
1993년 시작된 김철민 부장의 채권경력은 올해로 20년차. 그는 증권업계 최초 외화 수신 상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7년 우리투자증권 재직 시절 김 부장이 내놓은 ‘달러화 환매조건부채권(USD RP)’은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외화투자라고 하면 외화예금이 전부였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RP는 예금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죠. 예금 수신을 할 수 없는 증권사 입장에선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가입 고객에게 회사채나 국채 등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돈 빌릴 수 있는 기능을 허용해 준 겁니다. 가입시 확정된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인 거죠. 달러 채권이나 유로 채권을 통해 외화예금 차원에서도 경쟁력이 높을 수 있었던 건데 달러RP의 경우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수에 있어서도 북이 커질 수 있었던 거고요. 사실상 고객 수신이 가능한 길을 틀 수 있었던 겁니다.”
현재는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도 USD RP 상품을 내놨다. 연내엔 삼성증권도 USD RP 상품을 꺼낼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늦춰진 것인데 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쓴 맛도 봤다.
“2002년 하이투자증권에서 새 팀을 꾸렸을 때인데 네트워크 등의 제반작업이 미비했던 탓도 있지만 충만했던 자신감이 스스로에게 짐이 됐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수익도 내지 못하고 수수료 손실을 내기도 했었죠.”
그 뒤 10년간 몸담았던 증권업계를 떠났다. 곧바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카스비즈니스스쿨에서 파이낸스 관련 학위를 취득했다. 돌이켜보면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김 부장은 말한다.
◇연내 DLS 신규 비즈니스 확장해야
삼성증권 FICC팀은 총 80명 정도다. 운용을 비롯해 상품기획, 리테일(소액판매), 홀세일 등이 합쳐진 것이다.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가 FICC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이죠. 물론 운용 북(Book)은 분리하지만 고객의 자산을 제공하면서 운용도 하고 회사 자산도 키우는 겁니다. 전체기여 측면에서 FICC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도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봅니다.”
파생결합증권(DLS) 수요에 발맞춰 신규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가졌다.
“단순히 이자 몇 %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파생을 연계한 것이죠. 이자율 연계상품의 경우 CD금리와 연동해 하루하루 매겨지는 가격에 구조화하는 겁니다. 이밖에 회사의 신용도와 연계할 수도 있고, 환이나 오일(Oil) 가격에 연계할 수도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 외국계 물량을 받아서 파는 백투백(Back to Back) 방식을 줄이고 자체 운용을 강화한 복합 상품을 만든다는 방침입니다. 아마도 증권업계 모두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증권의 리스크 관리는 신용 리스크에 준한다. 무리한 투자 또한 없고 공격적인 투자 역시 거리가 먼 편이다. 삼성증권 FICC 상품의 운용과 세일즈의 기반이기도 하다.
“운용이든 세일즈든 ‘윤리성’은 빠질 수 없는 덕목입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을 경우의 간접적 비용은 헤아릴 수조차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본인이 손해 보더라도 책임질 수 있을만한 윤리의식을 갖춰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죠. 실력은 그 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