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다국적제약사들만으로 구성된 통합노조 출범이 임박했다.
국내제약노조는 “앞으로 임금 협상 등 투쟁의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연합노조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설립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와이어스, 사노피파스퇴르, BMS 등 4개사가 찬성했다.
향후 화이자, 사노피아벤티스, 노바티스, 갬브로, 쥴릭파마, 바이엘 등의 노조도 연합노조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노조 설립은 이달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대희 노조통합 추진위원(BMS 소속)은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여러 제약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됐고, 임금 재협상 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기위해 연합노조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화이자, 애보트,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BMS 등 세계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의 경우 국내제약사들보다 비교적 쉽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제약사들은 모든 생산시설 공장을 갖추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 생산 공장이 거의 없는 상태다. 매출 10위 내의 다국적제약사 중 국내에 제품 공장을 갖고 있는 제약사는 한 곳도 없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가 싼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철수시켰다.
이 때문에 국내제약사 구조조정시에는 제약 노동자들이 생산시설(공장) 중단 카드로 사측과 협상을 중재할 수 있지만,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우 특별한 중재 카드가 없어 매년 영업부 조직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유대희 위원은 “입사할 때만 해도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향후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응할 만한 한계점에 다달았다”며 “공동 대응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은 모두 33개사로, 이번 연합노조 설립에 몇 개 사가 동참하지도 주목된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관계자는 “노조 활동의 경우 개별회사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협회 입장에서는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다”며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연합노조 설립에 대해 국내제약 노조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제약 노동현안에 대해 공동대응하면서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광진 국내제약노조 위원장은 “다국적제약사 노조 연합을 환영한다. 앞으로 공동으로 낼 수 있는 사안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를 떠나 제약노동자들을 위한 생존 투쟁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