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독립경영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지주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주부터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정시 출퇴근과 명령거부 등 태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 고객에까지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외환은행 독립경영 합의는 국민과의 합의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6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지주가 통합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면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IT(전산시스템), 카드본부, 해외법인의 통합에 나서면서 외환은행 노조가 독립보장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은 후 지난 2월17일 5년간 하나·외환, 두 은행을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하기로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하나금융은 지주사 내에 미래발전기획단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전산통합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지난 7월에는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외환은행 임원만 참여한 가운데 IT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애초에 합의서를 이행할 의지가 없었다"며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통합 시도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노사합의서에 'IT, 신용카드의 경우 금융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의 IT부문과 카드·해외법인 등을 내년까지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열린 하나금융의 경영실적발표 행사에서 주재중 미래발전기획단 상무는 "IT업그레이드, 신용카드 부문 시장 경쟁력 강화 등 외환은행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아젠다를 설정, 추진 중"이라며 "현재 완료된 사안으로 인해 향후 3년간 1500억원, 추진 중인 사안이 완료될 경우 추가적으로 1300억원의 금액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은 적어도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외환은행 노조가 상품판매 거부 등 태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고객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급히 대출이 필요한 서민이나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은 "많은 직원이 동참할 수 있는 투쟁 방안을 찾다보니 태업까지 고려하게 됐다"며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