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OLED TV 연내 출시 허언?

LGD "연내 양산 불가능"..삼성전자 "확답 못해"

입력 : 2012-11-05 오후 4:15:00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공언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연내 출시가 결국 '허언'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꿈의 TV'로 불리는 OLED TV는 양사가 올 초 미국 'CES(소비자가전박람회) 2012'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양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55인치 제품을 나란히 선보이며, 연내 출시를 공언했다.
 
이어진 9월 독일 'IFA 2012'에서도 양사 수장은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또 한 번 연내 출시를 못박았다. 다만 양사는 서로를 의식한 듯 구체적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를 두달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다시 양사는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수율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또 한편으로는 양사가 경쟁의식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술적 난제들을 간과한 채 허언만 남발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됐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올해 안에 'OLED TV 패널'의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CFO)은 지난달 26일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OLED TV 패널을 연내 출시하려 했지만 몇 가지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대량 출시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출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연말까지 남은 난제들을 해결한 뒤 내년에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OLED TV 연내 출시가 사실상 어렵다는 시인으로 받아들여졌다.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LG전자도 연내 소비자들에게 적정 수량을 선보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연내 출시는 여전히 계획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구체적 확답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면서 탈출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비슷한 입장을 드러내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 TV의 연내 출시 여부에 대해 "여러 안을 두고 검토 중에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에 문의해 봐야 한다"면서 질문을 피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양사가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제1의 이유로는 '수율' 문제가 지적된다. 수율은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로, 제조사의 생산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이므로 업계에서는 비밀에 붙여진다.
 
현재 OLED TV의 수율은 2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대의 OLED TV를 만들면 그 중 20대만 완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불량품이 많게 되고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제조사와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양사가 올해 OLED TV를 내놓더라도 체면을 세울 목적으로 소량 생산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현 상태의 수율로 대량생산에 나설 경우 막대한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구색만 갖추는 식으로 출시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양사 모두 OLED TV 대량 양산은 올해 안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출시가 되더라도 수백대 안팎의 소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리해서 내놓기보다 기술적 문제들을 극복한 뒤 완성 단계로 출시하는 것이 양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깨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낮은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출시할 경우 제품 가격은 1000만원을 훨씬 웃돌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는 한몫 할 수 있지만 실제 시장형성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제품 출시가 제때 이뤄지더라도 판매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일반 55인치 TV 가격이 2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1000만원대를 훌쩍 넘는 OLED TV는 그야말로 '꿈속에서만 볼 수 TV'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격대가 이보다 낮게 책정되더라도 문제가 뒤따른다. 낮은 수율에 무리하게 가격대를 낮추게 되면 이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세계 최초 OLED TV 출시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양사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제품 양산에 들어가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제품 출시를 연기하면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져버려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두 회사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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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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