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춘호 라면전쟁..2세 동빈·동원 물전쟁으로 '대물림'

사촌지간 롯데와 농심..`점입가경` 시장 쟁탈전

입력 : 2012-11-05 오후 4:31:14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라면전쟁을 벌였던 범롯데가 신(辛)씨 집안이 이번엔는 또다시 물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생 신씨 집안에서 형님 집안을 선제 공격하는 형태다.
 
특히 1차 라면전쟁이 신격호 롯데명예회장과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화장간의 다툼이었다면 이번 물전쟁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간 다툼이라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들이 선대의 다툼을 이어받아 사촌간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신동원 농심 부회장.
  
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최근 제주 삼다수 판매가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생수 브랜드로 '백산수'를 12월부터 국내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백산수는 현재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백두산 화산광천수다.
 
하지만 앞선 지난 8월말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중국현지로 수십여명의 국내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 간담회를 갖고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백두산 생수를 국내에 판매해 국내 생수시장 1위에 등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해 11월 중국 창바이현의 샘물 공장을 인수해 연간 1만4000톤의 생수를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췄고 내년 2월까지 1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당시 국내 생수시장 만년 2위인 롯데가 '2017년 1000억원 달성'을 발표하자 롯데가의 '한라산(삼다수)-백두산(하늘샘)' 경쟁 구도가 마련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농심이 올 12월 백두산 생수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게 되면 '국내 첫 백두산 생수'란 프리미엄과 콘셉트는 결국 농심이 선점하게 된다.
 
신동빈 롯데회장으로써는 사촌인 신동원 농심부회장에게 '물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격호·춘호 형제 간 반목의 역사가 동빈·동원의 재벌 2세 사촌간의 밥그릇 및 자존심 싸움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로 성공한 뒤 1967년 국내로 들어와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하지만 신춘호 회장은 그 이전인 1965년 롯데공업을 세워 롯데라면을 팔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에게 '라면' 판매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갔다가 '때려치우라'는 면박을 받았고 이후 '농심'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결국 이 사건으로 두 사람 관계는 지금까지 소원한 상태다.
 
시간이 지나 농심이 `신라면`을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하자 호사가들은 매울 신(辛)자가 다른 한편으로는 신(辛)씨네 형제의 성(姓)과 한자가 같다며 신격호 명예회장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조롱하기 위해 작명한 것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이후 스낵시장과 마트사업, 호텔사업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던 두 형제는 지난 2010년 롯데가 자체브랜드(PB) ‘롯데라면'을 부활시키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더욱이 제주삼다수 유통 사업권을 놓고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일 때 롯데칠성이 입찰에 참여, 농심 측이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이번 농심의 백두산 생수 반격은 롯데의 생수시장 1위 탈환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사촌간의 반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벤조피렌 검출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롯데에게 받은 설움에 대한 복수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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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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