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미국에서 ‘과장 연비’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비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일로에 놓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과장연비 문제가 논란을 낳자 신속히 대응에 나서면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장이 국내까지 급속히 확산되자 현대·기아차의 긴장감은 한층 커졌다.
품질경영에 주력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쏟은 그간의 노력이 일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덮쳤다. 또한 과점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의 불만이 확산될 경우 시장 지배력에 큰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부로부터 흘러나왔다.
서울YMCA는 이날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대한 연비와 관련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서울YMCA는 “단순 비교로도 같은 차종에 한국의 연비가 미국보다 20~30%나 높게 표기돼 있다”며 “국내가 북미보다 광범위하게 연비를 과대 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국내 자동차 연비 측정방식과 검증체계를 전문화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같은 날 “국내 운전자의 69.4%가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간의 괴리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국내시장 판매량의 7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연비 부풀리기는 소비자에게 불신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제조사가 자체시험 또는 외주시험을 통해 연비를 측정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제조사가 연비를 부풀릴 여지를 허용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나라마다 주행 환경도 다르고, 연비측정 방식과 조건이 달라서 미국 규정을 잘못 적용해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미국환경보호국(EPA)는 최근 북미지역 13종 모델에서 연비 과장이 드러나 해당 차량에 부착된 연비 스티커를 수정해 다시 붙이라고 명령했다. 현대·기아차는 총 102만대의 차량 구매고객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며, 보상금은 1인당 평균 88달러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