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새누리당은 7일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후보등록 전 단일화 합의'와 관련, '야권의 궁여지책', '정치공학의 수순', '밀실야합', '야합의 발톱', '밀실 정략'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박근혜 대선 후보도 이날 "국민들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라며 직접 비판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단일화 비판에 열을 올리는 그 자체로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다는 것만 증명해주는 꼴이어서 향후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단일화를 뒤덮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대체로 단일화 이슈를 상쇄할 카드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與 "단일화, 대선을 정치노름으로 전락" 맹공
황우여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3위 예비 후보들이 하나로 합치는 것이 궁지에 몰린 야권의 궁여지책"이라며 "두 후보가 단일화 합의를 통해 투표에 유리하고 대선에 승리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정치공학의 수순"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후보 간 토론과 검증이 시작될텐데 이번 대선을 한낱 정치 놀음으로 전락시키는 책임을 양 후보가 반드시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우택 최고위원은 "예상했던 대로 야합의 발톱, 밀실 정략이 표출됐다"며 "대선승리에 도취된 단일화, 가치도 없고 정치철학과 소신도 없는 단일화, 과거로 퇴보하는 단일화"라고 비난에 동참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을 겨냥, "제1 야당의 후보가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에게 단일화를 애걸하는 모습은 치졸하다 못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의 정치쇄신안을 놓고 비난과 폄하를 일삼던 두 후보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선언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장은 그렇듯해도 실상은 오로지 권력획득을 위한 것"이라며 "단일화는 잘돼야 권력 나눠먹기에 불과하고 잘못되면 밀실야합에 따른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지금 양측의 분위기로 볼때 5대 5 공동정부 형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단일화 결과 공동정부 형식일 경우 빚어지는 갈등과 국정운영의 표류는 국가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화 깎아내리기' 성공 여부 미지수
이처럼 새누리당의 '단일화 깎아내리기'가 성공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두 후보 간 단일화 합의에 국민들의 시선이 고정된 만큼, 새누리당의 비판이 제대로 먹혀들지 의구심이 든다.
또 당내에서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이 단일화에 맞설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제시했던 내용과 비슷하고, 개헌과 관련한 언급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야권 단일화 파괴력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늦게 발표했다"며 "두 후보가 회동한 날에 발표한 것은 오비이락"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의 일대일 구도가 된다면 남아있는 5%를 누가 가져가느냐 싸움"이라며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가 9월에 중단돼 선거가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권 단일화 등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친이계인 이재오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박 후보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관련, "분권없는 4년 중임제는 임기연장이며 장기집권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내려놓는 권력구조의 변화가 시대의 흐름인데, 지도자가 되려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오만과 독선, 아집이다. 집중된 권력에 대한 향수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보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전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맞서 화두의 중심을 옮겨줄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박 후보가 오랜 진열장의 상품 같아 좀 빛나게 닦아내야 하는,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공약을 갖고 단일화 바람을 막을 수도 있지만, 박 후보의 대국민 자세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 박 후보 지지율은 소폭 떨어진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각각 지지율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대통령론 쭉 밀어붙일 것"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가 예상됐던만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박 후보의 '준비된 여성대통령론' 이미지 굳히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성 대통령론을 비난하던 야권은 '여성비하' 등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고, 유신 저항 시인으로 유명한 김지하씨가 "여성 정치가의 길에 믿음이 간다"며 여성대통령론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박 후보도 이날 여성유권자의 표심잡기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해피바이러스 콘서트'에 참석해 여성유권자연맹과의 만남을 가진 후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박근혜-김성주의 걸투(Girl Two) 콘서트'를 갖고, 400여 명 여대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박 후보는 오는 9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방 방문에 나서면서 지방민심 잡기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