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재선이 확정되면서 일단 우리 산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큰 시장의 파고는 없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산업계의 큰 관심사는 수출 전략의 변화 여부다. 일단 오바마 2기 정부에도 실익을 추구하는 기존의 통상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IT, 신재생에너지, 철강, 기계류 등의 대미 수출 전망이 밝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7일 KOTRA가 발간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IT, 신재생에너지, 철강, 기계류 분야의 진출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지만 전자기기, 자동차 분야는 현재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추구형 통상기조 유지..韓-美 우호적 관계 유지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2기 정부는 실리를 추구하는 통상기조를 바탕으로 중국의 불공정 교역행위에 대한 통상압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브라이언 정(Brian Jung) 아시아 섬유직물 판매법인(Asia Textile Merchandising Corp.)의 상무이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조작 및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라며 "향후 중국 등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들을 대상으로 통상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bert E. Mellman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과 경제협력 확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한미 양국의 우호적 통상환경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IT·신재생에너지·철강·기계류 수출 전망 '호조'
보고서에 따르면 IT, 신재생에너지, 철강, 기계류 등의 대미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한 미 정부의 지원 정책 덕분이다. 이는 국내 관련기업에게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간 IT산업 진흥을 위해 지속적으로 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해왔다. 이번 오바마 캠프의 산업별 후원금 중 전자·통신 분야가 약 1800만 달러에 육박했던 것도 향후 IT산업에 대한 지원확대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캘리포니아 소재 IT 컨설팅사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IT산업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기술력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과 미국 기업 간의 파트너쉽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태양광 모듈 제조사 관계자는 "오바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해 '투자세액공제제도'(ITC)를 2016년까지 연장하고 국내 소비전력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RPS)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한 셰일가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철강 및 기계류 품목의 전망 또한 밝다. 실제 올해 8월까지 미국의 대한(對韓) 철강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34.64% 증가했고 기계류 수입은 15.68% 상승했다.
시카고 소재 기계류 관련 기업 관계자는 "올해 한-미 FTA 발효로 한국과 미국의 교류가 증대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내놓는 강경책이 한국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기기·자동차·섬유 수출 전망 '흐림'
반면 전자기기, 자동차, 섬유산업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내산업 보호정책 및 수입규제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업계에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최근 한국산 냉장고·세탁기·변압기 등에 대한 미 상무부의 덤핑판정·관세부과 조치가 이어지면서 올해 미국의 전자기기류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21.2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요 교역국에 대한 수입 제재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효율을 두 배로 높인다는 계획이어서 장기적으로 우리업계에 기술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의 경우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렸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대만산 섬유 제품에 대해 결정한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가 곧 우리기업들에게도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우리기업의 한-미 FTA 수혜효과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동석 KOTRA 시장조사실장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 조치는 우리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통상정책 전반에 걸친 보호무역기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美 대선결과에 따른 산업별 기상도(자료출처: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