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존경하는 허만(Steve Herman) 회장님,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가득 채우신 언론인들을 뵈면서 5년 전을 상기해 봅니다.
당시 저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여러분 앞에서 북핵 문제, 한반도 통일, 한미관계에 관해 제 소견을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오늘 한반도 안보와 주변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유동적입니다.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한데 이어 금년 4월에는 헌법을 개정하여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여 핵보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휴전협정 체결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적 도발도 있었습니다. NLL 무력화 등 정전체제 와해 기도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도체제에 들어간 북한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취할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한반도 주변을 살펴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동북아 국가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역사와 영토 갈등이 양국 관계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동과 서, 동지나해, 남지나해에 이르기까지 격랑이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북한, 러시아, 미국이 모두 대선 등 정권교체 과정을 거쳤고, 중국도 곧 새로운 당 지도부가 출범합니다.
앞으로 수년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미래에 결정적인 전환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시작부터 많은 대내외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큰 국가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저는 22살에 퍼스트레이디 대행이란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보낸 테러범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그 분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던 책무였습니다. 분단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지만 제 개인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희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저는 고통과 아픔을 딛고, 국민만 바라보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반드시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해 튼튼한 안보를 기초로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려고 합니다. 우선 북핵은 결코 용인할 수 없습니다.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억지력과 함께 남북 및 6자 회담을 비롯한 다각적인 협상을 병행할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에서 “지키는 평화”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고자 합니다.
우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호혜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와도 만날 것입니다. 만남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한 대화를 해야 신뢰가 싹트고 진정한 화해협력도 가능해 집니다.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인프라 확충,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투자유치 등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이익과 평화조성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 남북한을 포괄하는 다각적인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도모하고자 합니다.
◇아시아의 패러독스와 협력의 아시아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평화는 아시아의 안정 및 번영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아시아에서는 협력적인 성장과 대립적인 갈등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협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시아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최근에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이해를 공유하는 모든 관련국들과 함께 신뢰구축과 협력안보, 경제·사회협력, 인간안보를 추구하려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처럼 서울이 그러한 노력의 발원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동북아 이외의 지역에서도 안보와 경제협력간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세안 지역 포럼(ARF)과 APEC 등은 각각 아시아 및 유관 국가들간의 안보대화 또는 경제협력을 통해 지역내 갈등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 참가한 동아시아 정상회담(EAS)도 점차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논의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아시아 진출을 강화하는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의 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요소가 공존하는 매우 특수한 관계입니다.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중 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알 수 있듯이, 아시아는 두 강대국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합니다. 아시아에서 미·중 관계를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행정부와 곧 출범하는 새로운 지도자의 중국이 보다 협력적인 미중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중간의 조화롭고 협력적인 관계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층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발전시키겠습니다.
동시에 아세안(ASEAN), 인도, 호주 등 남방의 부상하는 경제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동진정책, 중앙아시아와 EU의 중요성에 비추어 유라시아와의 정치·경제·문화 협력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유라시아 철도 건설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육로로 연결함으로써 21세기의 유라시아 시대를 구현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한 간에, 그리고 주변국간에 경제협력이 심화된다면, 동아시아의 지역경제통합을 앞당기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발전과 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최근 한국은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고,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습니다. 우리 국군은 세계 각지에서의 유엔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로서 세계의 평화 증진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국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평화와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기후변화, 빈곤, 평화유지, 테러방지, 인권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유치를 계기로 주요 도시들을 산업, 물류, 금융, 문화의 센터로 육성하여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핵안전, 자연재해 등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 지구촌의 국가들과 함께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행복한 통일로
독일이 통일된 지 벌써 22년이 지났습니다. 통일된 독일이 오늘날 유럽의 통합과 번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듯이 통일된 한국이 아시아의 번영과 화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확신합니다.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 미뤄서는 안됩니다. 분단을 관리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진취적으로 통일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세가지 통일의 원칙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토대로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을 실현하겠습니다. 통일정책의 투명한 수립과 집행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둘째,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입니다. 남북한 주민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고 한반도 전역에서 인권과 자유,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는 ‘민족 대통합’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쩨, 아시아의 협력과 공동발전, 그리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통일을 만들겠습니다. 통일이 주변국들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것인 만큼, 국제사회와 지지와 협력을 얻는 통일외교를 적극 전개하겠습니다.
◇2013년을 바라보며
존경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 여러분, 저는 오늘 격변하는 세계사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는 선장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위기에 강한 준비된 리더십, 신뢰받는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으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우리의 친구들에게는 나눔과 우정을 드리고자 합니다.
도전을 기회로 바꾸는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국민의 힘을 모아 한반도를 평화와 협력의 뉴 프론티어로 만들겠습니다.
“책임 한국”(Responsible Korea)“을 만들겠습니다. “책임 한국”(Responsible Korea)은 지원받던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로 변모한 최초의 나라, 세계가 신뢰하는 나라,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모범적인 나라, 개발협력을 선도하는 나라, 세계평화와 안보증진에 기여하는 나라입니다.
이제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평화와 협력의 뉴프론티어를 건설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아시아에서 불신의 100년을 마감하고 신뢰의 100년을 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변화 속의 위기를 기회로 주도해가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매력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한민국으로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