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곽보연기자] "언론을 통해 두 후보를 봤을 때는 경제민주화만 강조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안심됐다."
올해 마지막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만남을 가진 뒤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정치권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경제민주화 논의로 경제계를 전 방위 압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정치권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 후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 확산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이날 회장단 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회장단이 경제민주화 논의는 경제위기 해소와 서민경제난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정치권이 경제 활력 회복과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대선공약으로 추진해 국민과 기업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기업의 투자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다만 회장단은 경제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후보들의 관심과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전무는 "두 후보가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며 "재계가 가지고 있었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공히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경제성장도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오늘 방문을 통해 회장들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전무는 "지금까지는 공약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기 보다는 캠프 내에서 논의되는 수준이어서 공식적으로 대응을 준비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면서 "이제 공식화된 공약들이 나오고 있으니 우리도 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가 공식적으로 공약을 내놓으면 해당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게 될 경우 재계의 우려와 반발도 그만큼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승철 전경련 전무가 이날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오늘 전경련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만났다. 두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 회장단 회의 때 얘기가 나왔을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땠나.
▲사실은 그동안 회장단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주로 경제민주화로 흘러가서 우려가 큰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남에서 두 후보가 공히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경제성장도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오늘 방문을 통해 회장들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대선 후보들이 요청하는 것도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나 일자리 문제 등 이미 재계에서도 추진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는 문제기 때문에 우리가 정치권이 가는 방향과 함께 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후보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만나러 들어갈 때 "경제계가 똑바로 해야된다"며 강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간담회에 들어갈 때 한 이야기와 안에서 실제로 나눈 이야기에 차이가 컸나.
▲안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골목상권, 중소기업가의 공정한 거래 관계 등을 부탁했다. 안 후보가 처음부터 '개혁안을 내놔라' 라는 식의 강한 어조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안 후보는 간담회 내내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해 허 회장과 긴장감 조성하지는 않았다.
-전경련측은 안 후보의 생각과 재계 생각이 비슷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 후보와 전경련의 입장은 분명 시각차가 존재한다. 안 후보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고, 재계는 투자 활성화를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같은 큰 틀에서 보면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것이 결국은 대-중기간 공정거래와 골목상권보호 등이지 않나. 우리는 안 후보의 발언과 우리 생각을 비슷하게 느꼈다.
-안 후보가 내년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긴급 대응팀을 상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전경련 입장은 어떤가.
▲회장들은 사실 반가운 분위기였다. 솔직히 안 후보의 (재계를 압박하는 일련의) 정책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안 후보가 경기 긴급대응팀을 상시 가동하겠다고 하니 기업들로선 '좋은 생각'이라는 평가였다.
-두 후보가 밖에서는 재계를 압박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재계 안에 들어가서는 맞장구 친거라고 보이는데 맞나.
▲안팎에 차이가 크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워딩만 놓고보면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대화의 톤은 좀더 부드러웠던게 사실이다.
-박 후보와 안 후보, 지금까지 두 후보와 만났는데 앞으로 문재인 후보는 전경련이나 경제5단체장과 만날 계획이 있는 건가.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문 후보측에서 우리와 만날 계획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
-11월 회의가 일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회의지 않나. 회의에서 후보들과의 이야기 말고 또 어떤 이슈들이 나왔었나.
▲지금 재계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골목상권, 공정거래 이런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필요성에 재계도 적극 공감하며 동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노사문제나 노동관련 법 때문에 내년에는 동참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내년엔 노동관련법이 좀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경련 차원에서 준비하는게 있나.
▲지금까지는 사실 공약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기 보다는 캠프 내에서 논의되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대응을 준비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공식화된 공약들이 나오고 있으니 우리도 좀 목소리를 내야할 것같다. 공식 공약이 나온다면 해당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재계의 입장은 그렇다. 기업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같은 문제도 중요하다.
◇전경련 11월 회장단 회의가 서울 삼성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8일 열렸다.(사진=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