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영방송 사태, 근본 해법은

입력 : 2012-11-09 오후 3:41:18
김재철 MBC 사장은 물러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자리를 지키는 게 옳은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내려져 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미 여권에서도 김 사장을 퇴진하도록 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고 임면권을 가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퇴임안을 가결할지 6:3으로 가결할지만 남은 상태였다고 한다.
 
김 사장이 자리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대선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탓으로 보인다.
 
여당이 선거에 방송을 활용하기 위해 김 사장을 일단 '스테이'시킨 것 아니냐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아마 선거가 끝나면, 설사 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오래지 않아 자리를 비켜나야할 것 같다. 선거가 끝나면 더이상 '활용가치'가 없어진 김 사장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의 역사는 지금의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집단을 위해 복무해온 역사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란 말 자체가 출현한 게 그리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 외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가치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상식이 됐다. 최소한 여기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드는 이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력이 거대 기득권층으로 존재한다.
 
대통령이 황제와 같은 권력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합법적으로' 살해한 일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두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유력 대통령 후보인 사회다. 
 
'방송'같은 건 정권쟁취의 전리품으로 알고 있음이 틀림없는 이러한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되면 국민들은 또다시 방송독립이니 친여 사장 반대니 하는 구호들을 만나야 한다.
 
누가 권력을 잡든 오로지 권력잡은 자의 선의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권력에 독립적인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 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훌륭한 안이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권력자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한 사장 추천위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그저 통과의례,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근원적인 해결방안은 권력자가 공영방송에 대해 장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2곳의 공영방송사는 막강한 여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자체가 권력이다. 이러한 과도한 영향력 집중이 바로 정권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다시 말해 몇몇 소수 방송사가 거대한 여론독과점 구조를 갖고 가는 한,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세력이 정권을 잡게된다면, 언제든 몇번이든 방송장악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회의 다양한 여론이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는 지금 몇몇 방송사들이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후진적이다.
 
MBC 사태의 해결방안은 당장엔 김 시장의 퇴진이 되겠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방송독립의 최종적인 완성을 위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석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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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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